[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서울시가 국립중앙의료원(NMC) 이전 부지로 기존 계획했던 서초구 원지동이 아닌 미군 공병단부지를 내세워 17년간 지체됐던 이전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27일 국립중앙의료원 정기현 원장, 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울 중구 방산동 70번지 일대 미군 공병단부지로 이전해 국립중앙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외상센터를 건립할 것”을 제안했다.
국립중앙의료원 맞은편에 위치한 미군 공병단부지는 지난 2008년 주한미군 기지 평택 이전 결정 후 현재 비어있는 상태로 소유권은 국방부에게 있다.
서울시는 지난 1958년에 개원한 국립중앙의료원이 심각한 시설 노후화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의료원을 서초구 원지동 일대로 이전하기로 결정 후 지난 2014년 서초구와 의료원 신축ㆍ현대화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 민원과 서초구 원지동 부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소음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문제로 17년 동안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박 시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국 공병단 부지로 이전할 것을 보건복지부와 국방부에 제안한다"며 “정부가 주한미군 공병단부지로 이전을 결정한다면 서울시는 현 국립중앙의료원 매각이나 공병단 부지 사용과 관련해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의료원 이전에 대해) 당사자인 국립중앙의료원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토로했었다”며 “이러한 상황을 정리하고자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이에 따라 서초구와 맺었던 업무협약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결정에 국립중앙의료원과 보건의료노조 등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랫동안 이전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국립중앙의료원은 “서울시장 부지 이전 제안과 공공의료 체계 강화 등 전격적이고 전향적인 결단을 환영한다”며 “해당 선언이 대한민국 공공의료 발전에 획기적 진전을 이룰 계기가 될 것이라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해당 기자회견에 참가한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 또한 “한국전쟁 이후 전통적인 국가안보 지키기에 일익을 담당했던 미군 공병단 기지에 국가중앙감염병 병원을 설립하고 국가안보 차원에서 신종 감염병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선언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7년간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은 한 발의 진전 없이 시간, 재정, 행정력 등을 낭비해왔다”며 “서울시의 이번 제안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국립중앙의료원을 외곽지대로 몰아내지 않고 확장·신축할 수 있도록 해 토지개발 위주의 도시재생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위주 도시재생으로 전환하는 뜻깊은 결단이다”라고 환영의 뜻을 보였다.
다만 미군 공병단부지로 이전을 위해선 서울시와 사업 주체인 보건복지부, 공병단 부지 소유권을 갖고 있는 국방부와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군 공병단부지 이전은 서울시가 복지부와 국방부에 제안하는 것일 뿐 사전 합의된 사항이 아니다”며 “복지부, 국방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미공병단 부지 또한 여러 가능성 중 하나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