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진료비를 미납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응급실 내원환자의 진료접수를 거부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원무과 직원에게 금고형이 선고됐다.
서울북부지방법원 1형사부(재판장 박우종)는 최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무과 직원 A씨에게 금고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4년 야간원무과 직원 A씨는 갑작스런 복통과 오한을 호소하며 119구급 요원에 의해 응급실로 후송된 환자 B씨의 접수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접수를 위해 인적사항을 조회한 A씨는 예전 B씨가 주취 상태에서 링거를 맞다가 스스로 바늘을 뽑고 진료비1만7000원을 미납하고 귀가한 전력을 발견했다.
A씨는 B씨의 이 같은 진료비 미납 전력을 이유로 응급실 접수를 취소하고 친자녀 등 보호자들이 동석하기 전에는 진료를 받을 수 없다며 접수를 거부했다.
의사 진료를 받지 못한 B씨는 결국 같은 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같은 달 범발성 복막염으로 사망했다.
사망한 환자 B씨 유가족은 A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A씨는 "업무상 주의의무로서 환자 사망에 대한 예견 및 회피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B씨 상태는 응급환자로 판단하기 어려웠고, 비의료인인 A씨는 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대응했다는 것이다.
또한 접수 거부에 따른 진료 지연이 범발성 복막염으로 인한 사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A씨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A씨를 범발성 복막염 등이 발생한 응급환자로 인식하기 충분하지 않았다라도, 환자가 신체 이상을 호소하며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이상 의사의 진단을 통해 판단이 이뤄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와 같은 접수창구 직원이 섣불리 판단해 진료접수를 거부해 응급환자의 진료 및 치료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복막염과 B씨 사망 간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당시 B씨는 복막염 외에 심관상 동맥경화, 지방성 간경병 등을 앓고 있었고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사망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도 증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당시 6개월 가량 근무한 사회초년생으로 업무에 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란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유족들에게 합의금 15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감안한다"며 A씨에 금고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1심 재판부의 양형 조건을 미뤄봤을 때 원심 형은 다소 무겁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회초년생인 점과 합의금을 공탁했다는 사실, 그 밖에 연령, 환경, 범행 동기 등을 종합하면 원심형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 A씨에게 금고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사건이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심리불속행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