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조직검사 결과 위선암 소견이 나왔지만 이를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의사가 1심에서 금고형을 받는 등 최근 의사 과실을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 10단독 최재원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의사 A 씨에 대한 1심에서 금고 1년 3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경남지역 한 병원 내과에서 근무할 당시인 A 씨는 2016년 7월 한 환자의 위내시경 검사를 했다.
검사에서 위궤양을 발견하고 조직검사 결과, 위선암 소견이 나왔지만 A 씨는 이를 환자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진료기록부에도 기록하지 않았다.
A 씨는 설명의무를 게을리한 채 8개월여 뒤인 2017년 3월에야 환자에게 이를 알렸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는 위암이 진행됐고, 폐와 췌장까지 암세포가 전이돼 2018년 1월 사망했다.
A 씨는 또 부산에서 병·의원을 운영하던 2018년 11월 환자를 종합병원으로 보내면서 안전한 이송에 필요한 의료기구와 인력을 제공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환자는 종합병원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린 후 병원 앞에서 쓰러졌고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날 오후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A 씨와 변호인 측은 재판에서 "위궤양 환자의 경우 보호자에게 위암 소견을 설명하려고 했으나 보호자가 방문하지 않아 위암 치료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고지하지 않은 것이어서 의사의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의료인으로서 의무를 두 번이나 소홀히 하여 그 결과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돼 죄질이 좋지 않고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다만, 직접적인 의료행위를 하던 중 피해자들이 사망한 것은 아니고 이미 중한 지병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9세 여아의 손가락 인대 손상 의료사고에서도 법원은 의사의 과실을 인정했다.
부산지법 형사 4단독 부동식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열린 의사 B 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B 씨는 2017년 9월 1일 밤 동네 성형외과에서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다는 진단을 받고 야간에 수술을 위해 찾은 아이를 진단하면서 "수술이 필요 없다"고 오진을 해 왼손 4지, 5지 손가락의 영구적인 기능 저하를 가져오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을 보면 B 씨는 당시 육안으로만 아이의 손가락 상태를 살펴본 뒤 "인대는 끊어지지 않았다. 엑스레이를 찍을 필요도 없다. 내 말을 믿어라"라고 부모에게 말하고 단순 피부 봉합술만 했다.
뒤늦게 아이 상태가 이상함을 느낀 부모는 다른 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은 4지, 5지 굴곡건이 파열돼 급히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고, 두 차례에 걸쳐 4, 5지 손가락 봉합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친 아이의 왼손 손가락 두 개는 발육 지장으로 손가락이 짧고 기능 또한 떨어졌다.
부 부장판사는 "아이가 먼저 찾았던 성형외과에서 파열을 진단했고, 뒤에 찾은 다른 병원 진단에서도 인대 파열을 진단하고 수술한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이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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