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직원의 환자 유인 행위를 방조하는 등 정신병원장으로 일하면서 감금, 사기 등 혐의가 인정돼 형사판결 유죄선고를 받은 의사에 대한 면허처분 취소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의사는 "의료행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범죄사실에 집행유예 선고는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취소 청구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등법원 제8행정부(재판장 이재영)는 의료법 위반 등으로 의사면허자격취소처분을 받은 의사A씨 취소청구를 기각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5월~2014년 3월 인천에 있는 정신병원 병원장이었다. 이후 창원으로 거처를 옮겨 진료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정신병원 병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A씨는 영리, 감금, 의료법 위반, 정신보건법 위반, 사기, 국민건강보험법위반으로 기소됐다. 이후 2016년 의료법과 정신보건법위반에 대한 일부 사실이 인정되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형사사건 판결 확정으로 A씨가 의료법 8조 4호의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의료법 8조4호는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정한다. 이 조항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지 않는 자'가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다.
복지부는 이어 의료인의 면허취소를 정하는 의료법 65조 및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8조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A씨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안내를 한 후 2018년 7월경 A씨 의사면허를 취소처분했다.
A씨는 이에 집행유예 선고는 의료법 8조4호가 정하는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거나 집행을 받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지 않은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訴)를 제기했다.
원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의료법 8조4호 결격사유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자가 포함된다고 판단했지만, A씨는 "집행유예 선고 받은 경우가 실제 형을 선고 받은 경우와 동일하게 결격사유가 되는 것은 과잉금치원칙에 반하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사가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가 아니라, 병원장으로서 병원 운영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의료법을 위반해 받은 법적처분을 의료인 면허처분 사유로 적용하는 것은 면허취소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형사판결에서 A씨는 병원장으로서 직원의 의료법 27조3항(영리목적 환자 유인행위)를 방조했다는 사실이 인정됐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행유예 선고는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 재판부는 "금고 이상의 형에서 집행유예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지 않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벗어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 혜택을 제공해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할 사명이 있는 사람으로서, 일반인에 비해 높은 수준의 준법의식과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해당 의료인을 의료업무에서 배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행위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환자 유인행위' 방조죄를 이유로 한 면허취소는 과하다는 A씨 주장에는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사실을 결격사유로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기혹행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 범죄 사실이 경영자의 범죄로서 면허취소 사유와 무관한지 여부에 대해선 "확정된 형사판결은 행정재판에서 유력한 증거가 된다"며 "또 행정재판에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같은 이유로 "원고 청구는 이유 없다"며 원심 판결을 인용, A씨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