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임금체계, '호봉제→직무·성과급제' 촉각
정부 '고령시대, 급여지급 개편' 천명···노조, 산별임금案 마련 등 대응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구체화 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는 산별임금체계를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공공의료기관 대다수가 포함돼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정부의 일방적인 직무급제 추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산별임금체계는 내년 초 구체화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13일 호봉제 위주의 국내 임금체계를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내놓을 직무급제 도입 매뉴얼 마련과 함께 의료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고용부는 보건의료분야와 관련해 지난 2015년 직무평가도구를 만든 만큼, 보건의료업종을 포함한 8개 업종 중 2~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직무평가도구의 현장 적용 컨설팅을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4억원이 배정돼 있다.
직무평가도구는 임금 뿐만 아니라 채용부터 인사이동 등 인력운영 자체를 직무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어서 직무급제보다 파급력이 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발표는 민간기업을 기초로 해서 나간 것이고, 공공기관은 기재부에서 컨트롤한다”면서도 “공공기관도 고용부 매뉴얼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립대병원 10곳 모두, 다수의 공공의료기관 등도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 민간 의료기관 상당수가 연봉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 특수성=호봉제 불가피’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수도권 소재 병원의 한 간호사는 “민간 의료기관의 경우 연봉제로 전환된 것이 오래 전 일”이라며 “병원이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호봉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말까지 각 의료기관에 맞는 임금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대안을 제시해 정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기재부·고용부 등은 사측을 통해 직무급제에 관한 설명회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기획실장은 “직무급제 도입이 현재 임금체계를 부정하면서 개인 성과나 평가 등을 통해 임금체계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가 된다”면서도 “현 임금체계 고수는 임금격차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올해 말까지 임금격차 해소·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산별 임금체계를 만들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