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간호조무사에게 전화로 처방을 지시한 의사는 자격정지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전 처방과 동일한 처방을 하라는 지시를 내린 의사의 행위가 간호사로 하여금 직접 처방 내용을 결정하게 한 것은 아니란 판단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의사A씨가 청구한 자격정지 취소처분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운영하던 A씨는 의료기관 밖에 있던 중,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에게 전화로 처방 지시를 내렸다.
A씨가 지시한 처방 내용은 “해당 환자에게 이전에 내렸던 처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였다.
그러나 이에 보건복지부는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행한 사건에 대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A씨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2개월 10일 처분을 내렸다.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에게만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의료인이라고 하더라도 면허된 의료행위만 할 수 있도록 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한다.
이에 1심과 2심 재판부는 간호조무사에게 처방전을 교부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 구 의료법 27조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개괄적인 지시를 내렸을 뿐, 실제로는 간호조무사가 이전 진료기록을 참고해 따라서 처방받을 약의 종류와 양을 특정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전 처방과 동일하게 하라”는 지시를 통해 A씨가 처방전 기재 내용을 특정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으나, 의사가 '이전 처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한 이 사건에선 처방전 기재 내용이 특정됐다고 봐야 한다”며 “해당 처방전의 내용은 간호조무사가 아니라 의사인 A씨가 결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전 처방한 내용과 동일한 내용의 처방을 지시, 간호조무사가 환자에게 나간 처방 내역에 관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에게 작성·교부를 지시해 구 의료법 17조를 위반했다는 점에 대해선 “17조 위반사항은 별론으로 하고, 27조 위반인 처방전 내용 결정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은 A씨가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한 것은 처방전 작성·교부를 위한 세부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