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을 이유로 한 요양급여환수처분 근거가 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57조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각하 결정을 내려 관련 논의에 다시 불이 붙게 될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는 ▲제1항(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수급한 보험급여의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 ▲제2항(공단은 제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헌재는 구랍 27일 소위 ‘의료법 중복개설.운영 금지 사건’으로 불리는 2015헌바34 사건을 각하했다.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는 “의료인의 중복개설과 관련해 공개변론까지 이뤄진 사건으로, 건보법 57조를 포함해 가장 많은 쟁점을 제일 많이 담고 있다”며 “각하로 결정이 났지만, 이 사건은 헌재가 4년에 걸쳐 고민했던 사건”이라며 단순한 각하사건으로 치부하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어 “헌재가 사실상 심층심리까지 했다고 봐야 한다”며 “더욱 정확한 것은 결정문이 배포된 후 알 수 있겠으나 현 상황에서는 건보법 57조에 대한 합헌성이 인정됐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을 둘러싼 다양한 헌법소원 중에서도 ‘대표격’으로 여겨진다.
기존 논의 중심이었던 의료인의 중복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33조8항(일명 ‘1인1개소법’) 뿐만 아니라 ▲의료법 4조2항 및 33조8항 ▲국민건강보험법 42조1항1호 및 57조 1항·2항 등 다양한 법조항을 다룬 사건이기 때문이다.
2016년 공개변론에서는 1인 1개소법의 위헌을 주장했던 청구인 측 법무법인 지평과 위헌 입장이었던 보건복지부 측 법무법인 원일·국민건강보험공단 김준래 변호사를 비롯해 보조참가인 유디치과협회, 법무법인 세승, 참고인 법무법인 여명 등이 참석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당시 대한브랜드병의원협의회 부회장이었던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네트워크병원 제재 초점, ‘의료법’에서 ‘건보법’으로
앞서 지난 5월 대법원은 의료인의 중복개설을 금지하는 의료법 33조8항 일명 ‘1인1개소법’을 위반으로 한 요양급여 환수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의약5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일부 네트워크 병원들을 제재할 실질적인 수단인 환수처분 근거가 사라졌다”며 보완입법을 촉구했엇다.
중복개설에 대한 제재근거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조항인 건보법 57조에 대해 이번 헌재 판단이 나옴에 따라 유관단체들의 보완입법 촉구 움직임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대한 헌재 결정이 나오자 그간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법적제재 강화를 주장해왔던 대한치과의사협의회는 즉각 환영 입장을 내보였다.
김철수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은 “특히나 공개변론까지 거친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의료법 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 조항들도 심판대상에 포함돼 전향적인 판결이 나올까 노심초사한 바 있어 각하 판결을 더욱 환영한
다”며 “이제 보건의료 5개 단체와 함께 국회를 통한 후속 보완입법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협 관계자는 “건보법 57조에 대한 헌재 결정에 따라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5월 대법원 결정 이후 막힌 듯 했던 중복개설 위반 기관에 대한 환수처분 제재 방안을 구체화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으로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11월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1인 1개소법 뿐만 아니라 약사법 제21조 제1항 등을 위반한 경우에도 건보법 47조 및 57조에 따라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 및 부당이득 ‘연대징수’ 대상에 추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