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한 환자가 신약 임상시험 대상이었는지 알려달라는 가족의 요구에 병원 측은 답변을 회신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박형순)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사망한 환자 A씨의 유가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부작위 적법 여부 소송에서 위법함을 확인했다.
지난 2010년 A씨는 전립선암 진단을 받은 후 某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4년 만인 2015년 사망했다. 이에 유가족은 병원 측에 A씨가 신약의 임상시험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유가족이 신청서를 접수한 이후에도 4년 9개월이 넘도록 회신하지 않았다. 결국 유가족은 병원이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응답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병원이 정보공개법이 정하는 공공기관 내지 행정소송법이 정하는 행정청이 아니므로 해당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설령 임상시험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투약기록과 같은 자료는 환자의 의무기록으로서 병원이 별도로 보관하는 자료 또한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행 생명윤리와 관련한 법령은 모르는 사이에 연구의 대상이 됐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사람의 정보공개청구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재판부는 생명윤리법의 기본 이념에 주목했다.
인간 대상 연구에 있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건강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알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의약품 임상시험은 의약품을 통해 연구대상자로부터 직접 자료를 얻는 연구로써, 생명윤리법 법령이 정하는 인간 대상연구에 해당한다"며 "병원 측은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고인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는 자기도 모르게 임상시험 대상이 됐을 수 있는 유가족의 의심을 해소함으로써, 그 자신의 인간 존엄이 위협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유효적인 수단인 점이 고려된다"고 덧부였다.
특히 "생명윤리법 등 시행규칙 규정을 유추 적용해 기관생명윤리위원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권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