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항생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불거진 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간 OECD 기준으로 평균보다 항생제 사용량이 많다는 통계가 주요 근거가 됐었는데, 최근 평균보다 많지 않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결국 OECD 집계과정에서 제출기준과 분석내용이 달라져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한동안 의료계의 논란거리가 됐다.
지난 1월 OECD가 공개한 ‘Health at a Glance 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16.2(DDD/1000명/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0.7(DDD/1000명/일)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이 OECD 평균에 비해 약 1.4배 높은 것으로 발표됐다.
이 같은 수치 차이가 발생하자 '심평원이 항생제 사용량 관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통계자료를 왜곡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확인결과 기존에 제출하던 자료와 다른 데이터가 OECD에 실렸고 분석과정에 오류가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전체 항생제 처방 건(입원·외래 포함)을 대상으로 의약품 ATC(해부학적 치료분류군)별 사용량 산출자료가 반영됐지만 올해는 의약품 소비량·판매량 및 일차의료 약제처방 실적 데이터가 사용됐다.
의약품 소비량·판매량 및 일차의료 약제처방 실적으로 일차의료 항생제 사용량 산출기준을 만족하는 통계를 OECD에 제출한 곳은 10개 국가였다.
그러나 OECD는 ‘의약품 소비량과 판매액’ 통계와 연계해 일차의료 항생제 사용량을 2015년 한눈에 보는 보건지표에 수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심평원 측은 “일차의료 항생제 사용량을 제출하지 않은 국가 중 병원을 제외한 항생제 소비량을 제출한 국가를 포함해 일차의료 항생제 사용량을 비교했다”고 해명했다.
또 “급여, 비급여, 일반 의약품 항생제를 대상으로 총 사용량을 제출한 국가를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은 30.1(DDD/1000명/일)로, 평균인 22.4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차의료의 항생제 소비량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생제 총 사용량’과 연계해 발표한 OECD에 나라별 산출기준을 요청해 확인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사실 이러한 수치적 오류는 심평원이 세부내용을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항생제뿐만 아니라 다른 평가에서도 올바른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평원이 알고도 모른 척 데이터를 OECD에 넘기지는 않았겠지만, 일련의 심사평가 시 의료계의 잘못된 부분을 더 부각하려고 하는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특히 “심평원이 객관성, 전문성,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출하는 자료들의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고, 투명한 잣대로 기준을 잡아 더 이상 수치의 왜곡이라는 오명을 쓰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