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위탁 운영 중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세부 심사지침 설정권이 부여될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
가뜩이나 심평원의 자보심사 자체에 반감이 큰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시행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논란의 단초는 국토교통부는 최근 행정예고한 ‘자동차보험진료수가 심사업무처리 규정’ 개정안에 기인한다.
해당 개정안에는 심평원에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심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진료수가 심사지침 설정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별도의 위원회를 꾸려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도모하고, 심사기준에 모모한 사항이 있는 경우 심평원이 심사지침을 공고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국토부는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의 의학적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일관성 있는 심사를 위한 조치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결코 달갑지 않은 시선으로 이번 행정예고를 바라보고 있다.
보험업계가 심평원에 매년 수 백억원의 비용을 지급하고도 과잉진료를 차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심평원은 자동차보험 적자에 대한 보험업계의 불만이 제기될 때마다 진료비 심사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비해 적극 나설 수 없다며 고충을 토로해 왔다.
심평원이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위탁받은 것은 지난 2013년부터로, 보험회사들은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심평원에 매년 150억원 가량의 비용을 분담금으로 지급해 오고 있다.
하지만 보험금 지급 조정 비율이 심평원 진료비 심사 위탁 전보다 줄어들면서 보험회사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 역시 보험업계의 고충이 반영된 것이란 게 의료계의 판단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주요 단체들은 해당 개정안 행정예고 기간 동안 국토교통부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도 진료비 분쟁을 심사 조정하는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회가 엄연하게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심평원에 별도 심사위원회를 꾸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1999년에 설립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회는 심평원의 심사결과에 불복하는 심사 청구에 대한 권리구제기관이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의료계와 보험업계에서 추천받은 의대교수 및 전문 의사들로 위원회가 꾸려진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전문가들에 의한 진료비 심사와 조정이 가능하다”며 “이번 개정안은 보험업계의 이익을 위한 의도가 다분하다”고 분개했다.
이어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 위탁사업자인 심평원에게 세부 심사지침 설정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은 보험급 지급 조정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행정예고 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국토부 자동차운영보험과 관계자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의료단체들이 우려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며 “어차피 의료계 협조 없이는 시행이 어려운 만큼 최대한 협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 내용이 일부 변경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고시 시점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