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자체장의 퇴원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입원기간을 고의로 지연시켜 요양급여를 수급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 대한 환수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3일 서울고등법원 11행정부는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4400여만원 상당의 요양급여 환수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앞서 지자체장(시장)으로부터 입원 6개월이 지난 환자들에 대한 퇴원명령서를 받았음에도 불구, 환자들을 계속 입원시켜 요양급여비용을 부당 수급했다며 지난 2017년 4월 A씨에게 4400여만원의 급여를 환수처분했다.
구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신체, 거주, 이전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 경로를 엄격하게 구분해 입퇴원 요건을 정한다.
이 중 보호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의료기관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가 있으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6개월 이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다.
6개월을 초과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킬 경우, 정신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장은 최초 입원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전문의 진단, 보호의무자 동의, 심사청구 등의 절차를 모두 마쳐야 한다.
만일 6개월이 경과했음에도 이 절차를 마치지 못한 경우나 심사 결과 시장 등 지자체장으로부터 퇴원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정신질환자를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
이에 A씨는 "지자체장의 퇴원명령이 해당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의학적 관찰과 판단 없이 형식적인 서류 심사만을 통해 이뤄져 위법하다"며 환수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초기 입원일로부터 6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심사 결과 지자체장으로부터 퇴원 명령을 받은 후에는 즉시 퇴원시켜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신체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감금행위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원명령에 반하는 계속입원 진료행위는 위법한 감금행위일 뿐만 아니라, 애초에 입원 진료를 할 수 없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진료행위로서 자체로 위법하므로, 적법한 요양급여를 수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A씨 주장과 같이 퇴원명령이 서류 심사만을 통해 이뤄졌다 하더라도, 이 사건 퇴원명령이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하자가 중대하거나 명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못박았다.
또 "보호의무자에게 인계가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지자체장에게 보호를 요청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이번 사건을 맡은 김준래 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변호사)은 “이번 판결은 정신병원에서 관행적으로 환자를 지연퇴원시키고 그 기간동안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아간 사례에 대한 고등법원 첫 판결로서, 환자의 기본권(자유권적 기본권) 보호를 중심에 두고 선고한 의미있는 판결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자간의 진료계약의 효력과 무관하게 관련 법령인 정신보건법령에 따른 퇴원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부연했다.
특히 해당 진료가 정당행위라는 요양기관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경우 진료계약을 체결할만한 온전한 의사능력이 있는지도 불명확하고, 대리인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이해관계에 있는 대리인들이 입원을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들을 고려하면, 진료계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퇴원명령까지 위반해 가면서 비용을 지급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평했다.
한편, A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정신보건법위반 범죄사실 및 정신질환자를 편취해 건보공단을 기망해 부당하게 요양급여비를 챙긴 혐의로 대법원 상고에서도 유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