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이 취업제한기관에 재취업한 사례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와 올해만 15명이 산하기관, 민간업체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모두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직에 성공했다. 과장을 지냈던 김 모 부이사관은 퇴직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8일만에 ‘로펌’에 입사하기도 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의무대상 공무원의 경우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前)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한다.
다만 공직자 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은 때에는 가능하다. 취업제한기관은 인사혁신처장이 확정해 매년 12월 31일까지 관보에 고시된다.
식약처의 경우 인사혁신처장이 취업제한기관으로 고시한 기관에 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고 2018년부터 올해 9월20일까지 재취업한 퇴직자는 총 15명이었다.
이들 중 제약사, 식품회사 등의 업체로 자리를 옮긴 이는 6명이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서기관으로 퇴직한 최모 과장은 지난해 5월 제약사 한독에 재취업됐다.
또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퇴사한 부산지방식약청 보건연구관 김모 센터장은 올해 2월 27일 식품업체 ‘동원에프엔비’에 고문으로 입사했다.
그는 당초 1월 심사에서 비상임고문으로 일하려다 심사에서 ‘취업 제한’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2월 심사에서 상임고문으로 재심사를 요청해서 ‘가능’ 결과를 받아냈다.
올해 4월 4일 기술서기관 정모 과장과, 최모 과장은 각각 제약사 ‘콜마파마’의 고문으로, 식품업체 ‘CJ제일제당’의 자문 역할로 자리를 옮겼다.
또 다른 기술서기관 최모 과장도 4월 환자식 등을 만드는 업체 ‘대상’에 자문으로, 이 외에 6월 최모 과장은 현대홈쇼핑에 둥지를 틀었다.
식약처 산하기관인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식품안전정보원에 취업힌 이도 6명이나 됐다.
또 비영리법인인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는 지난해 7월 대전지방식약청장을 지냈던 한모 씨가 재취업됐다. 올해 8월에는 부이사관 김모 과장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로 자리를 옮겼다.
이 외에도 올해 4월 3일자로 퇴직한 부이사관 김모 과장은 같은달 30일자로 로펌(법률사무소)인 ‘법무법인 율촌’에서 일하게 됐다.
앞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장으로 가려던 식약처 고위공무원을 지낸 퇴직자에 대해 취업 불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또 보건연구관은 동원에프앤비 비상근고문으로 취업하려다 제한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부터 식약처 고위 공무원 퇴직자들의 민간 회사 재취업이 눈에 띄게 증가한 이유는 지난해 1950년생과 1960년대생들의 퇴직이 이뤄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1959년생들의 퇴직이 마무리됐고, 1960년대생들도 대거 퇴직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비영리법인이라 할지라도 협회는 민간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공공기관들 역시 식약처 산하 기관이거나, 식약처와 업무 연관성을 갖는 곳들이다.
전직 식약처 공무원을 채용하는 것은 이들의 전문성보다는 식약처 출신이라는 타이틀 때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처 출신 공무원이기 때문에 취업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전직 고위퇴직자에 대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식약처가 의약품·의료기기‧식품업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에 능동적이고 공정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