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강남세브란스 및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을 포함 17개 의료기관이 미국·중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으로 이민 또는 유학하려는 이들의 신체검사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3일 이 같은 의료기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6년 5월까지 5개국 비자 신체검사 담당 의료기관은 국가별로 한 차례 내지 두 차례씩 신체 검사료를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했다.
여기에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삼육서울병원, 하나로의료재단, 여의도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부산대병원, 부산메리놀병원, 강원대병원, 제주대병원, 고신대병원, 조선대병원, 혜민병원, 한국의학연구소, 대한산업보건협회, 한신메디피아 등이 포함됐다.
일반적으로 5개국 이민·유학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각국 대사관이 요구하는 검사 항목으로 구성된 신체검사를 지정병원으로부터 받아야 한다. 이때 병원이 수검자로부터 받는 비자 신체검사료 수준은 개별 지정병원이 각국 대사관과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
비자 신체 검사료가 다른 유사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높아서 미원이 제기되거나 지정병원 간 가격차이로 인해 특정병원으로 수검자가 쏠려 검사 정확성·신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각국 대사관은 사전에 가격 설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가격 변동 시 지정병원으로부터 안을 받아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관여한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검사항목 추가 등 신체검사료 변경사유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지정병원들이 가격 수준을 동일하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경우에는 두 차례 담합이 있었다. 지정병원인 신촌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삼육서울병원·하나로의료재단 등 5개 기관은 지난 2002년 1월 에이즈 검사항목이 추가됨에 따라 신체 검사료를 14만원, 2006년 5월에는 인건비 상승 등을 반영해 17만원으로 결정하는 합의를 하고 실행에 옮겼다.
공정위에 따르면 다른 4개 국가도 유사한 이유와 방법으로 한 차례 내지 두 차례씩 가격 인상을 한 바 있다. 호주 두 차례, 뉴질랜드 두 차례, 미국 한 차례, 중국 한 차례 등 담합이 이뤄졌다.
이에 공정위는 17개 의료기관에 대해 향후 유사한 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위반 시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임경환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의료서비스의 한 분야인 비자 신체검사 영역에서 수수료 결정 과정에 대해 최초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시정 조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비자 신체검사 분야에 대한 각국 대사관의 관여 등으로 담합이 없었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시장의 수준으로는 경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