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정부가 집단감염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의료기관에 감염관리자를 두도록 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자, 의료계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감염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관련 감염 예방관리 종합계획을 수립·발표한다고 최근 밝혔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지금까지 종합병원이나 150병상 이상 병원급에서만 의무적으로 시행되던 감염관리실 설치와 감염관리 담당자 배치가 앞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비롯해 치과, 한방병원, 요양병원 등으로 확대된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 감염관리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감염관리실 설치와 감염관리 담당자 배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보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내과 원장은 “감염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의원급으로 확대를 해서는 안 된다”며 “감염관리실 설치나 감염관리 담당자의 의무 배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원실을 운영하는 외과 의원들도 감염관리 강화에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외과 원장은 "재정 지원은 없이 계속해서 규제만 발생하고 있다. 보건소가 사업을 하더라도 예산 확보부터 하는데, 감염관리실과 인력 확대에 대한 예산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시설과 인건비 모두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의원들이 당연지정제하에 있다고 해서 정책을 섣불리 추진하고 있다"며 "시설과 장비에 대한 예산 지원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의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두고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감염관련 이슈에서 의료기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 TFT에 참여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고자 노력했지만 정부는 의료계 제안들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의료
기관 통제 중심의 종합대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에까지 감염관리 담당자를 지정하고 교육을 의무화하면서 실태조사, 행정처분 등 추가 행정업무나 처벌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체적이지만 감염관리 수가 및 재료대, 인력지원, 행정지원에 대해서는 대책방안이 추상적이고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협은 ▲구체적인 재정수립계획 마련을 전제로 한 종합대책 마련 ▲저수가와 규제, 인력난으로 고통 받는 의료기관에 적절한 보상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중소병원계에서도 정부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병상수가 적은 병원일 경우 수가 보상보다는 인건비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병원들 입장에서는 감염관리실 설치나 감염관리자 배치가 부담이 된다. 일본 등의 다른 나라에서는 인건비 직접 보상을 하고 있다”며 “우리도 병원이 감염관리 인력을 채용하면 그에 대한 인건비를 주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감염관리 인력을 배치하더라도 수가로는 이를 보상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병상수가 많고 환자 수가 많다면 그 수에 따라서 주면 되지만 병상도 적고 환자도 적다면 기준을 마땅하기 쉽지 않다”며 “인건비를 지원하는 형태가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감염관리실 설치와 감염관리 인력 배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림의대 이재갑 교수는 “개별 병원들이 수가 지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 시설 관련 기준의 이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어떻게 정부가 메리트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며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의 경우 기준을 낮추더라도 감염관리실 설치와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평가와 인센티브를 통해 감염관리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관 인증평가, 적정성평가, 의료질평가 등을 통해 의료기관 평가 및 지원을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