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요양병원 배출 일회용 기저귀의 의료폐기물 제외를 두고 의료계와 폐기물처리업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환경부가 개정안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22일 이석현,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일회용기저귀 의료폐기물 제외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 방안 모색'에 관한 토론회에서는 양측 모두 한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의료폐기물공제조합은 "요양병원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분류할 경우 감염성 및 위해성이 크고, 일회용 기저귀가 감염된 물질을 포함하는지 분류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요양병원 배출 기저귀의 미생물학적 안전성 실태조사를 진행한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사진 左]가 이 같은 내용을 뒷받침할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체 등급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의료폐기물 소각 처리장에서 수거된 무작위 샘플을 채취해 일회용 기저귀의 감염 및 제2위험군균 병원체 존재 여부를 분석했다.
김성환 교수는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채취된 105개 요양병원의 일회용 기저귀에서 법정 감염병균 2군인 결핵군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제2위험군균은 검출됐다. 환경부 발표처럼 요양병원 배출 기저귀의 감염성 및 위해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확신할 수 없으며, 위해를 줄 위험성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어 김 교수는 "시료 채취 수행 시 관찰한 바로는 일반의료폐기물로 분류돼 배출되는 상자 내 의료폐기물과는 무관한 음식물류, 플라스틱류, 종이류 등이 혼합 배출돼, 병원 내에서 폐기물의 정확한 분리배출이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병원체 보유자가 사용한 일회용 기저귀와 그렇지 않은 기저귀를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관련 작업을 진행할 경우 보균검사 비용 증대 및 분리배출 관리 감시가 어렵다"며 일회용 기저귀를 의료폐기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병운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사무국장도 "요양병원 배출 일회용 기저귀를 조사한 결과 각종 감염성균이 다수 발견됐고, 감염 전파가 낮은 일회용 기저귀라도 감염 우려를 100%로 해소하기 어렵다"며 "현실적으로
일반폐기물로 배출하는 일회용 기저귀를 별도로 개별 밀폐 포장하고 전용 봉투에 담아 처리하는 것은 현장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성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 사무국장은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부족으로 의료폐기물 대상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병원에서 배출되는 의료폐기물에 일반폐기물이 크게 혼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분리 배출 작업만 철저하게 해도 소각시설 부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으며, 현재 의료폐기물 소각 처리 용량을 늘릴 복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폐기물업체)의 밥그릇을 훔칠 때는 두 가지 룰을 깨면 안 된다"며 "밥 그릇을 빼앗기는 당사자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되며, 공정한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토론회 운영 방식 문제" 지적
이 같은 의료폐기물업체들 주장에 대해 의료계와 환경부는 강하게 반박했다.
요양병원 배출 일회용 기저귀가 감염성 및 위해성이 낮고 의료폐기물이 넘쳐나 제대로 소각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감염 위험성이 낮은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는 게 국민 건강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박성국 대한요양병원협회 이사는 "의료폐기물 소각장과 산업폐기물 소각장의 시설적 차이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일반 환자의 기저귀는 일반 폐기물로 분류해 일반소각장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는 "업체의 소각 처리 용량은 한정돼 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료폐기물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현재 소수 소각업체가 시장을 독점해 가격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며 "우리 병원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의료폐기물 처리 단가가 수거 운반비용 및 소각비용을 합해 kg당 700원에서 850원, 1450원까지 올랐고, 이는 계약기간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강조했다.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조사는 연구계획 단계부터 오류가 있어 그 결과를 입법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우선, 샘플로 채취된 일회용 기저귀가 감염환자에서 나온 것인지, 비감염환자에서 나온 것인지 알기 어렵다. 단순히 '균'이 나왔다고 해서 배출시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감염 위해성이 크다고 인과관계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 교수님은 샘플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실시했는데, 이 경우 죽은 세포와 살아 있는 세포에 대한 결과가 모두 나오기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렵다. 의료폐기물 내 일반폐기물도 60%가 섞여 있다는 지적은 실제 병원에서 환자의 체액이 묻거나 애매한 경우 무조건 의료폐기물로 안전하게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는 것과 관련성이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의료폐기물업체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토론회 분위기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며, 요양병원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처리하는 개정안에 강력한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권병철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과장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장(토론회)인 것 같다. 의원실에서 좋은 뜻으로 마련했지만 (의료폐기물공제조합 관련 인사가)좌장을 맡은 게 적절하지 않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양 호도하고 진행 중인 연구결과의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환경부는 이 부분에 대해 전문성이 약해 전문연구진에 연구용역을 맡겼고, 감염성 여부에 대해서선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이번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은 의료폐기물 처리과정에 문제점과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선 의료폐기물 처리를 위해서 감염 위험이 낮은 일회용 기저귀는 일반폐기물로 처리해도 무방하며, 처리 과정은 별도 분리, 냉동운반, 박스 채 소각 등의 과정을 거쳐 감염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권 과장은 "작년 말부터 의료폐기물 발생량 대비 처리율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13개 업체가 120%까지 처리한다고 하지만, 일부 의료폐기물 전용소각로가 노후화됐기 때문에 보수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중 일부 업체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즉 130%가 넘는 소각을 진행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정안을 보면 일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처리해도 처리 과정은 의료폐기물과 거의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며 "혈액이나 감염 위험이 있는 기저귀는 따로 분류하고, 나머지 안전한 것만 별도 분류, 냉장차로 운반, 박스채로 소각한다. 안전을 위해 전세계 유례없는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과장은 "환경부 내 지방청에서 보고하는 내용을 보면 지역 대학병원의 지하창구에 의료폐기물이 넘치고 있다"며 "작년은 포화상황이고, 올해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비상 대응책으로 마련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단순히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