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2018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환자는 약 37만9000명으로 2017년 32만1000명에 비해 17.8%가 뛰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외국인환자 유치를 통한 기대생산은 약 13조 9000억원이며, 10만 7000명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병원계에 따르면 국내 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의 증가세에 따라 지자체와 주요 병원들이 외국인환자 유치전략 등을 강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찍부터 해외환자를 타깃으로 한 의료관광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부산과 인천이다.
부산과 인천에 특히 관심이 모이는 까닭은 해외환자 접근성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료관광 활성화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어서다. 두 지역 특색과 의료인프라 및 병원들의 특징이 상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산, 거점 대형병원 중심 진행···서구 소재 주요 대학병원과 MOU 체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부산을 찾은 외국인환자수는 1만5282명이다. 2009년~2018년 연평균 증가율은 22.7%에 달한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부산을 찾은 의료관광객이 8년만에 무려 5.6배 증가했다”며 “세계적인 의료기술과 각종 관광 프로그램을 잘 결합해서 의료관광과 의료산업의 세계화에 더 투자하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관련 산업에 대한 강한 육성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로 부산시는 최근 서부산권 스마트 헬스케어 클러스터를 조성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상급종합병원과 연구기관을 유치해 의료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로봇케어 기반을 구축해 의료산업을 키워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관광과 관련해선 최근 공공기관 및 구단위 지자체와 손을 잡고 의료관광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주요 의료인프라 형성에는 부산 소재 주요 대학병원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은 지난 7월 11일~12일 러시아 사하공화국 야쿠츠크에서 '부산 의료관광 통합설명회'를 열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캄차카주 등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관광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설명회에는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동아대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등 주요 대학병원들이 모였다. 병원들은 러시아 북동연방대학병원에서 일반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상담회를 열고 의료기술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이달 초에는 부산 서구가 주도한 의료관광 특구 지정 추진 계획이 발표됐다. 각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다가 유야무야 되던 내용을 공한수 서구청장이 적극 나서 추진했다는 전언이다.
이번에 서구 의료관광특구 지정 신청에 나선 병원은 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삼육대부산병원으로 대학병원 3곳, 종합병원 1곳이다. 이들은 지난 2일 서구청에서 의료관광활성화 및 특구지정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부산 서구 전략은 각 의료기관 특성을 살려 일반 경증질환이 아닌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종양, 척추 등 다양한 중증질병과 종합검진으로 사업을 특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약병원들은 의료기관별로 추진하는 해외 의료관광 설명회, 나눔의료, 의료진 연수 등 해외마케팅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무엇보다 부산 서구를 의료도시 브랜드가치 상승을 위한 의료관광특구로 지정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부산 서구 관계자는 “해외환자 유치에 각 병원들 모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추진되진 않았던 상황”이라며 “서구가 참여함에 따라 각 병원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심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서구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구와 구의회, 병원 관계자, 의료관광 유치업체, 외부 전문가, 관광관련업체 등으로 구성된 의료관광추진협의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부산시와도 기존 시에서 운영하던 팸투어에 참여하는 등 지원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와 이들 병원은 오는 2020년 하반기에 의료관광특구 지정을 위한 사업계획서 등 신청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인천, 중소 전문병원 중심으로 '의료관광 클러스터 사업' 속도
인천시도 의료관광사업에 매우 적극적인 지자체다. 복지부에 의하면 2018년 인천시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1만7760명이다. 지난해 1만4572명에 비해 1년 사이 약 3000명 늘었다. 최근 9년간 연평균 증가율은 16.8%다.
인천시는 앞서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로터 8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따내 ‘의료관광 클러스터’ 사업을 시작했지만, 같은 해 의료관광재단이 인천관광공사로 편입되면서 유야무야됐다.
그렇게 사그라지는가 싶었던 의료관광 클러스터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과 올해 초 사이 사업공모에 선정돼 자금이 다시 투입되면서다.
인천시는 지난 1월과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와 2월 보건복지부사업 공모에 연달아 선정되며 투트랙으로 의료관광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두 사업은 총 16억원 규모다.
인천시 전략은 지역 기반 중소병원을 특화해 해외환자 유치의료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 선정사업인 ‘지역특화 의료기술 및 유치기반 강화사업’에는 총 6개 전문병원이 모여 컨소시엄을 이뤘다.
참여 병원은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심장질환) ▲나사렛 국제병원(척추질환) ▲부평힘찬병원 (관절질환) ▲한길안과병원(안질환) ▲마음병원(심혈관질환) ▲오라클 피부과의원(피부미용질환) 등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문질환에 특화된 병원들로 구성해 전문적인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어필할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 및 유진할 수 있는 대학병원들 외에도 중소병원들이 자체적으로 해외환자유치를 할 수 역량을 길러 보다 광범위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천시를 방문하는 외국인 환자들이 주로 젊은 층이라는 점에 주목, 의료서비스 후 인천지역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외국인 환자 유치 현황에 따르면 2018년 인천시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의 44.2%가 20~30대 젊은 사람들이다.
이를 위해 온라인 마케팅 교육 및 현지 관광지 답사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인천시는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6일까지 4주간 참여 병원 및 사업 관계자들을 모아 가천대 길병원 뇌과학 연구원에서 총 32시간에 걸쳐 외국인환자 유치기관 온라인 마케팅 교육을 실시했다.
또 강화 루지와 식당, 강화 성공회 성당, 용흥궁, 조양방직 등을 체험하고 인천으로 치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들에게 제안할 관광코스를 구상했다. 이 밖에 VCR 체험기획 및 지역 맛집 조사 등 다양한 관광 요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다만 인천시의 경우 아직 다른 광역시에 비해 사업비가 적다는 것이 시 측의 이야기다. 의료관광 특구 지정 신청을 후순위로 미루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천관광공사 관계자는 “의료관광이 각광받으며 많은 지자체가 관련 사업에 나서고 있는데, 발전 가능성과 실행력 그리고 산업 육성 의지를 잘 따져 정부지원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