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국민건강보험 시행 3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가입자를 비롯해 공급자, 보험자 측면에서 보는 한국 건강보험제도 개선 방향이 제시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최로 지난 19일 열린 ‘전(全) 국민 건강보험 시행 30년의 성과와 미래, 그리고 과제를 논하다!’ 정책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입장에서 보는 건강보험제도 과제를 공유하는 발언이 나왔다.
가입자 측면에서 국내 건강보험제도가 나아갈 방향은 환자 및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날 ‘가입자 측면에서의 성과와 미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원영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과 관련된 사안을 결정할 시 일반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영 교수는 “건정심은 공익과 가입자 대표, 재정운영위원회는 가입자 대표들로 구성돼 의사결정 시 정부안대로 진행된다”며 “노조나 시민단체는 그 후 비판하는 모습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단 지부, 국민참여위원회, 심평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에 환자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가 있으나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공급자 측면에서는 건강보험 의사결정기구의 운영에 대한 이해관계자 요구가 주요 문제로 꼽혔다.
‘공급자 측면에서의 성과와 미래,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한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재정규모 및 권한 등에 따라 건강보험 의사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의 운영 방법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문제제기와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위원에 대한 정부 임명권에 따라 건정심 위원 구성에 대한 비판이 지속 제기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의 전문성 결여와 전문위원회 등의 제도적 기전이 없는 것이 문제로 지목됐다.
집행부가 교체될 때마다 참석 위원이 바뀌어 연속성 관점에서 제한적이라는 단점도 제기됐다.
결론적으로 윤석준 교수는 "수가, 보험료 외 행위, 약제 등 전문적 식견이 필요한 내용을 다룰 수 있는 제3의 전문가 참여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공익대표에 대한 구성 및 임명권 개편을 고려해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것을 주문했다.
기능의 합리적 재설계를 위해 그는 “급여기준 결정 등에서 결정기능과 조정기능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자 측면에서는 사회보험 재정건전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보험자 측면에서의 성과와 미래, 과제’라는 발표를 통해 보험자 역할을 강화하는 거버넌스 개혁 방향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먼저 가입자 정의를 명확히 하고 가입자의 비례성을 반영하며 정책결정구조를 민주적으로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재정운영위원회의 책임성과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책임성 강화를 위해 건정심과 재정운영위원회로 의사결정을 분산하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대표와 공익대표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견해다.
이익단체는 정책결정 구조에서 배제하고 자문으로 참여하도록 권장됐다.
재정운영위원회 기능 강화를 위해 김 교수는 “보험자의 재정관리 기능을 회복하고 보험료와 수가, 약가, 치료재료 등에 대한 급여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매자 역할 확대를 위해 당연지정제 폐지 및 계약제 확대 또한 제시됐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정책토론회에서 논의되는 다양한 의견들이 향후 건강보험 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