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산부인과 의사를 둘러싼 2건의 법원 판결을 두고 산부인과 개원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최근 안동에서 산부인과 의원을 운영하는 A씨가 사산아 유도분만을 시행하던 중 산모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과다출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주의로 산모가 사망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집어 유죄 선고를 내린 것이다. A씨는 금고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됐다.
이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 사건은 1심에서 의사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태반조기박리로 인한 과실치사에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며 “2심 재판부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왜 산부인과 의사에게 적용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이번 사건은 산부인과 의사면 누구든지 경험할 수 있는 사례로 은폐형 태반조기박리에 의한 과다출혈은 예견이나 진단 자체가 힘들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의학적 사안에 대해 구속을 함으로써 이제 대한민국 산부인과 의사는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분만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비판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대법원 상고심에 앞서 산부인과 의사들의 탄원서를 모아 법원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가 커지는 상황을 규탄하며 집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석 직선제 산의회장은 “집회를 할 경우 국민들에게 오히려 안 좋은 인식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집회에 대해서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며 “또한, 이번 판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분만 거부 선언을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선의의 의료행위로 인해 감옥에 간다면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할 수 있겠냐. 분만 거부 선언은 가뜩이나 분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실행하지 않겠지만 집회는 빨리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첫 무죄 선고가 나온 사건에 대해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보였다.
광주지방법원 형사 3부는 최근 의료법 위반, 업무상 승낙낙태,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B씨에 대해 유죄였던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형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B씨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형에 자격정지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B씨가 낙태죄에 대해 2017년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처벌의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업무상 승낙낙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재판부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형법 조항이 효력을 상실했다”며 “B씨가 낙태 수술을 할 당시에도 위헌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실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등 참작할 부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김동석 직선제 산의회장은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었던 만큼 이번 낙태죄 무죄는 당연한 판결”이라며 “제대로 판결이 내려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보건복지부와도 만나 앞으로의 조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법안이 제정될 경우 산부인과 의사들은 법을 준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