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파업까지 예상됐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도입 거부시 감내해야 할 패널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동일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두 기관의 피해규모는 양상자체가 달랐다.
건보공단은 2300여명이 적용대상이고, 심평원은 100명 이내로 적용받는다. 때문에 건보공단 노동조합의 대응이 더 강력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제에 찬성표를 던진 건보공단 조합원들의 속내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함”이었다.
30일 건보공단 노사실무협의회가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 진행내용을 들여다 본 결과, 향후 3년 간 55~59세의 직원에게 80%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추가적으로 정부지원금이 10%가 붙어 기존 급여의 약 90% 수준으로 맞춰진다.
이에 따라 내년은 94억2000만원, 2017년 175억5000만원, 2018년 273억4000만원 등 총 543억원의 급여 삭감으로 신규채용이 늘어난다.
이 같은 피해를 두고도 노조가 임금피크제 수용을 결정한 것은 ‘강력한 정부의 제재조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임금피크제 도입이 안 될 경우 신규채용 인력의 급여를 기준으로 기존인력의 급여를 줄이겠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통보됐다.
실제 건보공단은 내년도 신규채용을 387명으로 잡고 있는데, 이 수치를 기반으로 삭감액을 따져보면 210억에 육박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전체임금의 3.1%에 달하는 수치였다.
임금인상율을 50%로 규정하겠다는 방안도 부담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3.8%의 인상율에서 1.9%로 줄인다는 내용으로 대다수 직원들의 반발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페널티가 부과되는데, 현재 B등급인 건보공단이 D등급으로 강등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강등될 경우, 평균 2.5%의 급여 삭감이 이뤄진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전 직원 급여의 7.5%가 깎여 평균연봉이 140~170만원 가량 피해를 본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노사는 합의과정에서 정년에 가까운 직원의 급여가 10% 인하되는게 전체 직원이 받는 피해보다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너무도 강력한 압박에 의해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차라리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게 더 큰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단 사측 관계자는 “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 세부내용 등이 공개되면서 피해 규모의 차이가 커 큰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 협상 타결은 노조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