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재활치료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는데, 재활치료 수가체계가 미비해 사실상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 새로운 수가 도입이 필요하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민성기 회장[사진]은 지난 26일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암 재활치료 수가 신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수가 체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암 재활치료 활성화는 어렵다는 목소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국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0%를 넘었다. 암 극복 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한 재활 치료가 시급하지만 일선 병원들은 재활 치료에 소극적이다.
수가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일선 병원에서는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성기 회장은 “암 재활치료 관련 수가로는 유방암 환자의 림프부종 치료를 위한 압박치료와 복합적 부종감소 물리치료(CDT)에 대한 것밖에 없다”며 “질환별로 나타나는 후유증이 다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전립선암, 부인암, 뇌종양 등 다른 암종 환자의 재활치료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을 중심으로 대학병원에서 암 재활 클리닉이 생겨나고 있고, 개원가도 관심을 두고 있지만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있는 림프부종 관련 수가도 턱 없이 낮아 양질의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민 회장은 “CDT의 경우 1:1 치료 시 30분에 1만원으로 너무 낮아 물리치료사 인건비도 안 나오는 구조”라며 “압박치료의 경우도 수술 후 환자만 해당하고, 상지 외에 다른 부위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는 적용할 수 없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암 재활치료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보니 환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한방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 회장은 “장시간이 소요되는 회복 과정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보니까 다양한 민간요법들이 등장한다. 일부 민간요법을 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쳐 1년 후에 사망하거나 악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며 “현대의학 치료를 받게끔 제도권 안에서 보호 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민 회장은 “수가 신설에 드는 재정 소요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시범사업을 통해 수가 신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추계한 후 기금에서 재활치료 수가를 지원하는 방법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외국의 경우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 전부터 환자 컨디션 조절을 위해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 보험제도로는 생존자의 사회복귀를 지원할 길이 없다”며 “암 재활치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 마련과 수가 신설이 시급하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