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질병' 부처 반목···국회 상임위도 눈치
복지부-문체부 대립에 의원들 신중 모드, 의학계 vs 게임업계 입장차 확연
2019.06.20 17: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지정과 관련해 찬성하는 보건복지부와 반대 입장의 문화체육관광부의 대립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두 부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국회의원들도 문체위 소속 위원들과 복지부 소속 위원들 입장이 상이, 눈치만 살피는 상황이 전개되는 모습이다.


의학계와 게임업계도 대립양상을 보인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비롯한 다수 정신건강 학술 및 전문단체는 “WHO 결정에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업계는 “게임중독이라는 ‘가상의 질병’을 통해 과잉 의료를 초래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WHO 회원국 총회에선 ‘게임사용장애’가 포함된 새로운 국제표준질병분류체계 11판이 의결됐다. ‘게임의 중독적 사용으로 일상생활 기능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를 질병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게임 산업을 주관하는 문체부는 복지부 주도의 민관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학부모단체·게임업계·보건의료전문그룹·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는 이달 중 발족이 예고됐다.


게임중독 이슈는 보건복지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주무 상임위원회다. 이밖에 여성가족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도 관련됐다.


국회 안에서는 이를 두고 토론회도 열리고, 기자회견도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국회의원들 모습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체위 소속 위원들과 복지부 소속 위원들의 입장이 갈리면서 눈치만 살피고 있다.


최근 한국게임개발자협회·한국인디게임협회·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등 5개 단체는 ‘게임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대한 반박 성명서’를 냈다.


성명은 “재정적 결핍을 이유로 게임중독이라는 가상의 질병을 만드는 과잉 의료화가 시작되고, 신규 의료 영역을 창출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음을 의심한다”고 꼬집었다.


도박 중독은 주 이용자가 성인이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발적 치료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이용장애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취학·취학생들이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강제적으로 치료를 받게 되는 등 잠재적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성명은 중독정신 의학계 논문에서 게임 이용 패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4년 이후부터 진행된 수백편에 달하는 게임중독 논문들의 연구비가 250억원이나 정부 예산으로 집행됐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된다”며 “WHO 총회 결정이라는 거대한 권위 뒤편에 서서 그럴듯한 학술로 포장된 일방적이며 공허한 주장을 멈춰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를 반박,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9개 공중‧정신보건 전문단체는 20일 긴급심포지엄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결정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일부 정신의학계 이익을 위한 과도한 의료화 시도’라는 주장은 WHO 공중보건 향상이라는 미션과 다학제 정신건강전문가들의 전문성에 대한 폄훼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WHO 결정의 본질은 게임에 대한 정의와 평가가 아닌, 게임을 중독적으로 사용해 일상생활 기능이 손상된 개인을 보다 효과적으로 진단하고 돕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있다”고 의미를 전했다.


복지부는 문체부에 협의체 참가 요청 공문을 보내는 동시에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장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해서 관리하자는 것이 아니라 2022년 정식 발효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논의하자는 것”이라며 “민관협의체는 그대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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