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지난해 리피오돌 사태 발생 이후, 국민 생명을 담보로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는 다국적 제약사에 대응 목소리를 높여온 박능후 장관[사진]이 올해 전면전에 돌입한다.
각국 장관들과 공동대응 방안을 마련, 실행에 옮긴다는 것. 적극적인 대책 마련 의지를 피력해온 박 장관의 노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전문기자협의회 소속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의약품 독점권을 가진 다국적사의 횡포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 하나”라며 이 같이 밝혔다.
먼저 박 장관은 “신약의 독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상업적인 부분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인류의 건강행복이라는 가장 보편적 가치를 잊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관 취임 후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 왔다.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을 위해선 국가 체계를 넘어 세계 시장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이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약가 문제가 포함된 한-미 FTA 협상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미국 측은 국내 제약사와 같은 조건의 우대를 넘어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연구중심병원 등 한국 보건의료 제도 및 관련법을 속속 알고 자료를 모으고 있다. 제약사에 대한 R&D지원마저 불공정 거래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자칫 국내사에 100억원을 도와주려 했다가 다국적사에 1조원을 지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도 법과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장관은 다국적사 독점 횡포에 우리나라가 1:1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해 5월 WHO(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처음 문제 제기, WHO 차원에서 리더십을 가지고 공동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다시 11월 ‘제11차 한·중·일 보건장관회의’에서도 일부 의약품 독점권을 이용한 일부 제약사의 과도한 가격인상 요구 사례를 지적, 적정약가에 대한 국제적 공조 필요성을 역설했다.
올해 박 장관은 구체적 실력행사 돌입한다. 우선 오는 5월 WHO총회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그는 스위스, 미국, 일본 등 세계제약업계를 이끄는 주요국가에 이 같은 문제를 인지시키고, 공동대응의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박 장관은 “원하는 국가는 특별세션을 만들 수 있다. 참가하는 각국 장관은 20명 내외로 적어도 유럽의 1~2곳, 일본 등을 포함시켜 해당 문제를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계별로 각국의 독과점 약과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자국의 대응만으로 부족하다면 연대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이 외에도 박능후 장관은 UN‧OECD 등 국제기구와의 긴밀한 협력방안도 모색하게 된다. 일본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논의의 진전이 기대되고 있다.
박 장관은 “의약품 접근성 강화, 다국적 제약기업의 횡포에 대한 대응은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원칙 아래 국제사회와 협의는 필수”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