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따른 '입법과제' 뭐가 있나
형사처벌 존치 여부·임신중절 시기·피임약 건강보험 적용
2019.05.25 06:2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른 입법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자기·동의낙태죄 형사처벌 존치 여부 등 형법, 임신 중절시기·사회경제적 사유 등 모자보건법 개정 뿐만 아니라 낙태의 건강보험 적용 및 급여 범위, 미프진 등 사후 낙태약 판매 허용 등까지 쟁점으로 포함됐다.
 
김주경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조사관은 최근 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낙태죄 입법과제와 관련해 이 같은 쟁점을 소개했다. 
 
우선 자기·동의낙태죄 형사처벌 존치 여부다. 현행 형법 제269조(낙태)는 부녀 한 자 약물 등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1항),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를 행한 자도 같은 형을 받도록 하고 있다(2항). 여기에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하, 사망에 이르게 한 때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3항).
 
김 조사관은 “헌재는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 처벌하는 것 자체가 위헌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낙태에 관한 기본적 범죄 유형을 형법에서 ‘삭제’할 때 사회적 파장과 의미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제269조 1항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산부 요청에 따른 임신 중절시기와 사회·경제적 사유도 주요 쟁점으로 지목됐다. 이는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한 것인데, 특히 임신 중절시기에 대한 내용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신 중절시기와 관련한 것은 ▲현행 모자보건법의 ‘적응사유방식’에 임신 후 일정기간 내 임산부 결정권을 전면 허용하는 ‘기한 방식’ 추가 ▲현행 허용 사유 안에 사회경제적 사유 추가 or 임신 기간별 허용사유 달리 적용 ▲전체 임신 기간을 세 구간으로 나누는 ‘임신 기간별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한계’ 안 등이다.
 
임신기간별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한계안은 임산부가 자기결정권을 100% 행사하는 임신 초기,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기간, 임신을 종결시키지 않으면 임산부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학적 판단이 없다면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기간 등이 제시됐다.
 
특히 김 조사관은 각국의 임산부 요청에 따른 임신 중절시기를 알리기도 했다. 김 조사관에 따르면 8주 가이아나, 10주 터키·포르투갈·코소보, 12주 오스트리아·몽고·튀니지(3개월)·이탈리아(90일), 14주 벨기에·북한·스페인·미국, 18주 스웨덴, 24주 싱가포르·영국 등이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임신중절술, 응급 및 사후 낙태약, 피임시술 및 피임약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및 급여 범위, 미프진 등 사후 낙태약 판매 허용 등도 논의돼야 할 것으로 봤다.
 
여성계·의료계 등 낙태 관련 ‘동상이몽’
 
헌재는 낙태 관련 법 개정 시한으로 오는 2020년 12월 31일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법 개정은 기정사실이 됐는데, 사안에 따라 각계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성계는 ‘여성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종교계는 ‘최소한의 낙태’, 의료계는 가치관에 의한 낙태 거부 및 시기별 낙태 허용 사유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관련 법 개정은 UN사회인권위원회 등을 참고해 여성의 임신중단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신 중절시기에 대해서도 “1삼분기(13주 6일)에 한해 여성의 요청만으로 낙태가 허용된다면, 이 시기를 넘길 수 밖에 없는 여성들은 음성적 시술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임신 12주 이전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가 가능토록 해야 하고, 12주~22주까지는 우생학적·윤리적 적응과 강간 및 태아의 심각한 기형이 확인될 경우 의사 판단에 따라 수술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경제적 사유로 허용하는 경우에는 임신 12주 이후부터는 상담 및 숙려기간을 거치는 등 절차와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것을 시행령에 포함시켜야한다”고 덧붙였다.
 
낙태 관련 건보 적용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경우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건보를 적용할 수 없다”면서도 “우생학적·윤리적 적응과 강간 및 태아의 심각한 기형이 확인된 경우에는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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