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환자 배상금, 진료한 병원 아닌 검사한 병원 '부담'
법원 '환자 못 볼 것 같으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책임 있어'
2019.05.17 05: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인대 재생에 많이 쓰이는 프롤로주사 치료를 받다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환자에 대해 고인을 진료한 병원이 아닌 검사한 병원이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5일 서울고등법원 제 17민사부는 패혈증으로 사망한 환자 A씨의 유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에 대해 B병원이 77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9월경부터 모 정형외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프롤로주사 치료를 받아왔다.
 
프롤로주사란 삼투압이 높은 물질을 인대에 주사해 재생하는 시술이다. 주로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인대 통증 등에 사용된다.
 
프롤로주사 치료를 받던 A씨는 같은 해 9월 15일 팔이 붓고 전신에 근육통이 발생해 움직이지 못하는 등의 증상으로 B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당시 의료진은 흉부방사선검사 등을 시행했으나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정형외과로 입원 조치했다. A씨는 16일 새벽에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A씨는 흉막염 및 이로 발병된 패혈증에 의해 사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A씨가 치료를 받던 정형외과와 A씨가 응급실을 방문한 B병원에 총 1억35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이에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정형외과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고, B병원이 유가족에게 총 83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패혈증의 유일한 병소는 흉막염으로 생각되는데, 흉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폐렴과 폐농양”이라며 “A씨 호흡기에 상재하던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감염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즉, 오염된 주사기 사용에 따른 의료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형외과 검사 과실 및 설명의무에 대해서도 “해당 병원은 주로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보여 A씨의 흉막염과 패혈증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며 “발병 가능성을 발견하고서도 이에 대한 검사나 치료를 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B병원에 대해서는 “응급실 방문 당시 A씨는 긴급한 상태였고,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했다면 패혈증 증상을 빨리 확인하고 예후가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료진은 일반혈액검사를 시행했으며 패혈증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호흡수 측정도 하지 않았다”며 적절한 치료행위를 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봤다.
 
고등법원 재판부도 “B병원은 이 사건 의료사고를 전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응급사태에 대한 365일 25시간 신속 대처가 가능한 응급실을 표방하고 있었으며 당시 B병원 의료진이 A씨에 대해 시행했어야 하는 응급혈액검사, 호흡수 측정, 흉부방사선검사 등은 임상의학 분야에서도 일반의로서 충분히 실천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다수의 응급의료시설이 설치·운영되고 있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B병원 의료진이 당시 A씨에 대해 이 같은 수준의 응급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즉시 다른 응급의료시설로 전원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는 추석 연휴 기간이었기에 B병원으로서도 응급실의 정상적 운영이 다소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며 A씨 또한 패혈증에 있어 전형적이지 않은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은 6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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