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경남 진주에서 자택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한 안인득(42)이 경찰에 정신질환 병력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을 받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인득은 경찰에 체포된 후 “사회로부터 불이익을 당해왔다”며 제대로 된 진술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조현병에 따른 심신 미약을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로 안인득은 2010년경에도 도심에서 흉기를 휘둘러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심신장애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3년으로 감형됐다. 현재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추가적인 정신병력을 확인하고 범행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위한 조사를 하고 있다.
현행 형법상 심신상실자와 심신미약자로 인정된 자의 범죄는 반드시 형을 면제 또는 감경해야 한다. 형법 제10조 제1항과 2항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대구지방법원 이혜랑 판사와 경찰대학교 최이문 교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심신장애 관련 사건은 총 1597건이다. 이 중 실제 감형된 사건은 305건으로 전체의 20%에 달한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2016년 강남역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범인이 조현병에 따라 무기징역에서 징역 30년으로 감형을 받은 사례다.
이에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심신미약자 범죄행위에 대해 의무적으로 감형하는 조항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일명 형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심신미약 상태의 행위를 죄질 등의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감형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지적하며 “감형 의무조항을 임의조항으로 바꿔 법을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조현병 환자와 범죄를 연결 짓기보다는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을 통한 관리의 필요성이 강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환 교수는 “조현병 환자의 숫자가 늘지도 않았는데 범죄에 대한 보도는 증가하면서 조현병에 대한 두려움과 낙인은 증가하고 있어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의 질병 상태에 따라 공격성과 범죄율이 매우 다르다”라며 “환자들이 관리를 잘 받지 못하고 방치돼 약물의 순응도가 감소하면 공격성을 보이거나 감정적인 동요가 심하고 불안해하는 특징이 증가해 범죄율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원인은 우리나라 정신보건 의료시스템에 있을 것”이라며 “정신보건 의료시스템의 정비가 신속히 일어나지 않으면 관리 받지 못한 조현병 환자들의 사고 뒷수습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