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료원장서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원장 '변신'
이종철 '의료비 줄이면서 의사들이 적정 진료할 수 있는 여건 조성 노력'
2015.01.13 20:00 댓글쓰기

미국에 머물던 이종철 前 삼성의료원장[사진]이 2015년 1월 13일 돌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출근 도장을 찍었다.

 

경기고등학교-서울대학교 의과대학-삼성서울병원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과정을 거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그가 원장도, 이사장도 아닌 진료심사평가위원장에 오른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 9시 30분, 첫 출근 후 가진 취임식과 업무보고, 간담회 등 바쁜 하루를 마치고 직원들이 하나 둘 심평원을 빠져나가는 퇴근시간이 돼서야 만난 그의 첫 인상은 열정 가득한 신입사원의 모습을 빼닮아 있었다. 활기가 넘쳤고 만면엔 웃음이 가득했다.

 

"의료현실 반영한 급여기준 개선 목표"

 

이종철 신임 위원장은 확고한 의지와 뜻을 연료삼아 일선으로 복귀했다. 몸을 낮춰 모두를 '고객'이라 부르며 "받들겠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을 꿈꾸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직접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성맨' 이종철 전 원장이 신임 위원장에 도전한 이유와 목표는 '의료현실을 반영한 급여기준 개선'이다.

 

급변하는 진단기술과 치료술, 개방으로 인한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의료서비스 환경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는 심사와 평가, 불명확한 급여기준을 일부나마 해소해보겠다는 소명의식이 그를 이 자리에 앉게 했다.

 

실제 이 위원장은 취임식에서 "진료심사평가위원회는 국민은 물론 보건의료계와 소통하고 상생하며 변화하는 의료현실을 반영해 대내외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야할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면서 '변화'를 강조했다.

 

아울러 '진실성'이라는 바탕아래 대화와 근거를 통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위원회 ▲의료 소비자, 공급자, 보험자 모두를 고객으로 만족도 높은 위원회 ▲전문성과 공정성, 합리성을 갖춘 위원회 ▲투명성과 수용성을 높인 국가 선도적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 배경에는 30여년을 이어온 임상현장에서의 경험이 있다. 그는 "병원장 시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진료재료의 임의비급여 문제였다"면서 "지금은 급여로 많이 전환됐지만 당시엔 임의비급여라며 의사를 범법자, 나쁜 집단으로 매도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심사와 평가를 통해 의사의 진료패턴이나 적정진료지침이 정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선제적이고 시의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의료비를 줄이면서도 최적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숙제"라고 말했다.

 

"즐기며 일하고자 답(答) 없는 사회과학 배우고 왔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급격히 증가하는 의료비 지출과 건강보험 재정부담에도 최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역할로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이란 위치가 적합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최근 벌어진 심사와 평가, 진료기준에 대한 논란들로 인해 전문성과 투명성 등 변화가 요구되고, 심평원 내부적으로도 직제개편과 기능강화 같은 적절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그는 판단했다.

 

이종철 위원장은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꼈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혜택과 도움을 다시금 후세대에 전하는 것이 이 자리에 서게 한 원동력이자 소명"이라면서 "미국에서 보건학을 공부한 것도 간접적으로나마 모르는 점을 채워 답은 없지만 딜레마 속에서도 최상의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일념에서였다"고 했다.

 

더불어 "진료심사평가위원장의 업무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과 의료인, 정부 등 모두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심평원에서 어떤 것이 합리적인 진료이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인지 끊임없는 대화와 교류를 통해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일환으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허혈성심질환 통합 적정성평가나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진료심사기준을 두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아울러 그것이 그가 바라왔고 원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 위원장의 마음을 알기 때문일까.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서는 그를 보며 오랜 동반자인 그의 아내는 "이제야 당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았다"며 격려했다는 전언이다.

 

그는 "자신이 원하고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최상이자 최고의 길"이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도움과 의견을 달라는 당부를 남기며 퇴근길에 올랐다. 과연 그의 향후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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