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실행이 구체화되면서 의료계 촉각이 곤두서있는 부분은 기준비급여의 예비급여 진입이다. 기준비급여는 필요성은 인정되나 재정 등 이유로 일부만 급여가 적용되는 MRI가 대표적이다. 예비급여 우선순위 항목에 MRI가 포함된 것은 기정사실이다.
MRI 예비급여 진입 시 급여기준 등 세부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비공개로 논의되고 있지만, 이에 앞서 전반적 심사방식 개편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자체 연구한 ‘기준비급여 급여화에 따른 진료비 심사 관리방안(연구책임자 박춘선 연구위원)’ 보고서에는 MRI 예비급여 관련 내용이 담겨 주목된다.
우선 심평원은 연간 MRI 검사가 포함된 청구명세서(2016년 기준) 총 104만건 중 의료급여와 신포괄수가 청구명세서 13만건을 제외한 건강보험 91만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검사 횟수는 약 100만회이며 총 비용은 2957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촬영 부위별 분석 결과, 기본검사가 89.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뇌(31.0%), 혈관(25.7%), 척추(13.1%) 순으로 촬영빈도가 높고, 이 세부위 촬영이 약 70%에 해당됐다.
현행 급여기준 상 MRI는 ▲암 ▲뇌양성 종양 및 뇌혈관질환 ▲뇌전증, 뇌염증성질환 및 치매 ▲척수손상 및 척수질환 ▲척추질환 ▲ 관절질환 ▲심장질환 ▲크론병 ▲신생아를 대상으로 진단 시 1회 인정된다.
또 수술환자는 1개월 경과 후 1회, 방사선치료 환자는 3개월 경과 후 1회 등 산정횟수가 정해졌다.
이처럼 제한된 기준을 예비급여로 적용하는 과정이 발생하다보니 MRI 촬영건수를 추정하는 것이 핵심지표가 된다.
이에 심평원은 MRI 장비보유 현황과 급여 촬영 건수를 기반으로 급여:비급여 비율을 4:6, 5:5로 설정해 횟수를 추정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기존 연간 51만9284건에서 예비급여 적용 시 118만8134건(4:6 적용), 102만5391건(5:5 적용)으로 늘어날 것으로 진단했다.
종합병원은 45만9794건에서 각각 113만4399건, 91만8114건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원은 4만7086건에서 각각 11만683건, 9만4172건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수치를 내놓았다.
약 7700억원 규모로 분석되는 MRI 비급여가 예비급여로 전환되면서 예상 건수는 제시됐지만,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급증하는 MRI를 모니터링하고 진료비 증가를 방어할 수 있는 기전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기관별 과다이용 현황 등 반영한 심사체계 정비
심평원은 ‘기관단위 경향심사’를 변화하는 심사 패러다임의 핵심으로 설정했다. 기준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비용지출 관리방안으로 불필요한 의료이용(low-value care)을 최소화해 낭비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이는 기관단위로 의료이용을 모니터링한 후, 과잉진료를 심사하고 의료의 자율성과 심사의 거시적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예비급여 MRI는 이 형태로의 전환을 위한 심판대에 선 셈이다.
심평원은 MRI 모니터링 기준을 임상적 과잉진료와 낭비적 운영 등으로 구분했다.
임상적 과잉진료는 기관별 MRI 고가도 지표(CI) 및 이용도 지표(UI)를 반영한 상태에서 특수와 기본검사 동시 시행 비율이 높은 비율, 다부위 촬영비율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낭비적 운영은 기관이동에 따른 재촬영 비율, 단순입원 비율, 장비 대비 활영 초과비율 등을 따져 선제적으로 접근하는 형태다.
이를 기반으로 기관별 MRI 과다이용 현황이 파악될 것이며, 심사 시에는 산출된 근거로 개입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료이용 모니터링 기준은 대국민 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얻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기관단위 경향심사는 대부분 상대적 지표에 근거하므로 기관간 변이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장비성능에 따른 차등 수가를 적용하는 한편 비급여 손실보상 방안으로 인력 자원의 가치를 반영한 판독료 가산 인상 또는 판독료 수가 마련도 검토 중이다. 질적으로 떨어지는 장비로 무불별한 검사가 진행될 경우에는 급여 제외 등 대응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