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의료대학 및 산하 대학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당 법안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공공보건의료 전문의료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발의한 것으로 지난 9일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김춘진)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이명수)에서 논의키로 의결됐다.
하지만 법안소위에 앞서 오늘(11일) 오전 이뤄진 여야간사 상정안건 논의에서 국립의대 신설법안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에 대한 이견이 극명해 결국 상정여부를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번 법안소위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처럼 안건 상정이 어려워진 배경으로는 관련 단체들의 반대 의견이 팽배한데다 교육부 등 관계부처의 부정적 검토의견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대한병원협회(회장 박상근)는 "의료취약지에서의 원활한 의료서비스 공급과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질 제고를 위해 법률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공중보건장학제도 활성화, 국립의대 및 국립대병원 추가지원으로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의사인력 수급과 보건의료체계의 혼란만을 초래하고 의료취약지의 의료접근성 문제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선 과제는 국립대학과 국립병원의 설립이 아니라 국공립의료기관이 공공의료기관 본연의 기능을 다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심지어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조차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며 "의대를 늘리고 근무기간을 강제화하는 식의 접근은 단편적인 발상일 뿐 더 많은 부작용과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는 과잉투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국립대를 관장하는 교육부 또한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교육부는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공공보건의료 분야에 전문적으로 종사할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현행 국립의대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며 국립의대와 국립보건의료대학의 역할 정립이 선행돼야함을 강조했다.
이어 "복지부 의사인력 수급전망에 따른 의사공급부족현상에 대비한 학생정원 또는 의대 설립 방안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복지부, 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복지부는 최근 신중검토에서 적극 수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정진엽 장관은 9일 열린 복지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복건복지부는 공중보건장학의사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응모자가 적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법안을 적극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검토보고서에서도 여성 의료인의 증가와 공중보건의사들의 공급부족, 짧은 근무기간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을 이유로 들며 "취약지 내 양질의 안정적 제공을 위한 별도의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정현 의원실 관계자는 "관계 부처 및 단체들과의 신중한 검토는 필요하다"면서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논의하기로 하고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것은 이와 같은 신중한 검토조차 이뤄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아울러 "의원실에서도 지역을 명기하지 않는 등 정치적인 점을 배제하고 법안을 발의했다. 정치적 판단이 아닌 공익적 판단에 근거해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상정은 이뤄진 만큼 여야 합의만 이뤄진다면 논의가 가능하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