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기반마련을 위한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단순히 국공립대학 추가가 아닌 사관학교와 같은 엘리트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데 뜻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공공의료인력 양성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행정가, 정치인들이 공공의료 사관학교 설립에 손을 들었다.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이윤이 아닌 보람으로 일 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에 공감해서다.
논의의 단초는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제공했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19일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데 이어 이날 토론회를 주최했다.
이어 이 의원은 토론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산간오지 등 의료취약지는 물론 산재・국군병원 등의 의료인력 부족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새로운 의료체계 마련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전문가들 또한 개선이 아닌 창조를 언급했다. 이신호 차의과대학 교수는 "40년간 공공의료 관련 제도를 운영했지만 근원적 해결책은 아직도 내놓지 못한 상황"이라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 새로운 셋팅(체계)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권용진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 겸 기획조정실장도 "공공의료도 이젠 의료의 질 문제에서 해결해야한다"며 보건소 인력이나 국공립병원의 처우개선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권 본부장은 공공의료에 지속적으로 소속될 인물의 조기선발부터 동료집단의 형성, 차별화된 교육, 전문성을 발휘하고 이끌어낼 새로운 체계를 근무여건 개선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와 김창훈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진현 경제실천총연합 보건의료위원장(서울대간호학과 교수) 등도 세부적인 설립 방식이나 기준에 대해서는 다소 이견이 보였지만 현 국공립병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초 3000억원 이상의 설립비용과 수백억원의 연간 운영비용 등 재정적 부담에 유보적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보건복지부는 그 누구보다 강한 어조로 설립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심지어 권 정책관은 "현 국립대는 법인화 후 민간의료인력의 수를 더하는 의료기관이 됐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걸어온 축적의 시간을 토대로 15년, 20년을 내다보고 제대로 된 공공의료의 기틀을 다지고 강한 동료의식과 소명의식으로 일할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를 대표해 참석한 이혜연 학술이사는 신규 대학 설립이 아닌 강화를 주장했다.
이 이사는 "현재를 바꿔야 희망이 보인다"면서 "사명감을 주입하는 대학을 만든다고 헌신하는 이들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현장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공립대학 및 의료원이 좀더 공공성을 띨 수 있도록 지역에 헌신하는 이들이 성공한 의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시설과 평가체계, 운영방식을 바꾸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의료팀이 잘 갖줘지고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방향으로 전환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정현 의원은 "의료인력 배출현황을 떠나 취약지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현실이다. 반대만으로는 국회와 정치인들의 입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민간과 공공이 경쟁이 아닌 공존과 상생을 위한 안정적인 체계마련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해 법안 추진의사를 강하게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