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맞아 각 지방자치단체 후보들이 어린이재활병원 설립 공약을 앞 다퉈 내걸고 있지만 정작 재활병원 적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어 선심공약으로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활병원 가운데서도 특히 어린이재활병원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으로 사회적 관심이 커졌다. 지난 2016년 기준으로 19세 이하 등록장애인 수는 9만 명에 달하며 지적장애가 49.5%, 발달장애 15.2%, 뇌병변장애 15.1%의 비율이다.
그럼에도 현재 장애아동을 대상을 한 어린이 전문 재활병원은 푸르메재단의 넥슨어린이재활병원 한 곳에 불과하다. 이에 많은 지자체에서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 지역으로 지목했던 대전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재활병원 설립 공약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와 자유한국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모두 "임기 내에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서울시장 후보가 “우리나라에서 재활치료가 필요한 장애아동 인구가 30만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전무한 실정”이라며 “병원 설립을 통해 장애아동 재활치료를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 등 각지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세우겠다며 표심을 끌어모으려 하고 있다.
병원 적자 운영 불가피하지만 재정지원 등 모호
그러나 공약이 실제로 이행될 지는 미지수다. 적자 운영을 면하기 어려운 재활병원 특성상 재정 지원이 필수적인데 이를 떠맡을 주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브론코기념병원 관계자는 “어린 아동들은 대부분 보호자가 필요해 낮에만 통원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가정 사정으로 결석과 취소가 잦은 편”이라며 “성인과 비교해 아동을 전담하는 치료사 구인 역시 쉽지 않아 장애아동 재활치료는 운영이 까다롭다”고 밝혔다.
이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공재활병원들은 대부분 지자체에서 적자 분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수억 대의 지원금을 내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전남에서 여수시에 권역재활병원 설립 계획을 세운 바 있지만 적자보전 대책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해 건립이 반려됐다.
인천 경인재활병원 역시 한때 보건복지부로부터 적자 분에 대한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해 일부 시설 운영을 축소하려고 했던 적도 있다.
인천 경인재활병원 관계자는 “재활치료는 대개 환자와 전문치료사 1:1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건비가 높은 반면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는 정해져 있다”며 “게다가 공공재활병원은 수가도 낮기 때문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공공재활병원을 설립할 경우 운영비를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에서 지원받아야 하는데 특정 지역에 설립된 병원에만 지원금을 줄 경우 편파행정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결국 적자 해결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으면 재활의료기관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설립된 대전 지역 시민단체 ‘토닥토닥’ 또한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은 시장성이 아니라 충족되지 못한 의료서비스 요구와 장애아동 인권침해 상황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단지 표심을 얻기 위한 형식적인 정책으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