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폭증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병원 진료현장
코로나19 병상 포화되면서 진료과 막론 입원 정체 등 혼란 극심한 상황
2021.12.22 12:3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빅5’ 한 대형병원 응급실. 100여개 병상은 이미 꽉 차 있다. 이 중 20여개 병상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해 있다. 구급대의 전원 요청은 계속되고 있지만 기존 입원자 대부분이 중증인 상황에서 병상 회전율은 거의 멈춰 있는 상태다. 여유 병상과 인력이 전부 고갈된 상황에서 언제 긴급한 환자가 올지 의료진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투석전문의 A씨는 요즘 퇴근 시간이 늦어졌다. 코로나19와 관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격리투석을 시작하면서 평소보다 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몸이 힘든 것은 버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원내감염 위험이다. 보통 면역력이 저하돼 있는 투석환자는 감염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다. 감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격리투석을 철저히 진행하고 있지만 A씨의 체력과 정신력은 이미 한계 상황이다.
 
코로나19 중증환자 폭증에 따른 병상부족이 현실화되면서 진료현장이 위태로운 모습이다. 전담병원 병상은 이미 동이 난 상황이며,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전담병원이 아닌 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확진자 입원으로 응급실 업무 과중이 극심해지면서 확진자가 아닌 환자에 대한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진료과를 막론하고 코로나19에 확진된 환자들은 그야말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70대 남성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던 중 숨졌다. 확진 5일 만이었다. 그는 평소 폐 질환이 있어 확진 후 입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오전에는 경기 양주의 한 산모가 병상을 찾지 못해 구급차에서 출산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 중이던 이 산모는 하혈과 진통으로 119에 연락했지만, 16곳 병원에서 병상이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지난 10일에도 경기 수원에서 출산이 임박한 코로나19 확진 임신부가 병상을 찾아 10시간 가까이 헤맸다.

확진자 병상 포화 상태로 투석환자 결국 사망 발생하기도
 
투석환자들도 당장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같은 날 코로나19 확진된 투석환자 3명이 병상을 기다리거나 제때 투석을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이보다 앞서 입원 가능한 병상이 없어 ‘응급실 바닥’에서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들 실정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대다수 환자들은 병상 자체를 찾지 못하고 각 병원에 수소문하며 수백 통의 전화를 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선 투석병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감염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투석치료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부담감이 늘어만 가고 있다. 

확진자에 대한 분리투석은 4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환자에 대한 투석이 3시간 내외인 것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환자를 위한 격리공간을 만드는 비용도 병원의 몫이다.
 
개원의를 중심으로 이뤄진 대한투석협회의 이한규 행정이사(내과 전문의, 투석 전문의)는 “확진자뿐만 아니라 자가격리, 수동감시 등 일반 투석환자들에 대해서도 분리투석이 이뤄지면서 투석병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극소수 의원에선 아예 접촉자인 투석환자를 받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반환자에 대한 투석치료는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의원의 부담이 장기화되면 당연히 치료 체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석병원 피로감이 심화되기 전에 대학병원과 보건소 외래투석을 확대해야 한다. 또 현재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병의원들에 대한 지원과 보상책도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병동처럼 운영 중인 응급실…도미노 진료차질 우려
 
각 병원의 ‘입구’인 응급실도 일촉즉발 위기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진 환자 비율이 늘면서 일종의 ‘코로나 병동’처럼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확진자들은 중증도도 높아 의료진 업무는 배로 가중되고 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응급의학과 전문의)은 “중증환자에 대한 케어 외에도 병상배정 등 부수적인 행정 업무가 더해지면서 응급실 의료진들의 업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 의사 한 명당 정해진 인원이 있는데, 응급환자와 코로나19 중환자를 모두 살피다 보니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응급실에 실려 오는 의식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 일반병상 등에 배치됐다가 뒤늦게 코로나19에 확진되기도 한다”며 “접촉한 의료진은 격리되고 해당 공간은 폐쇄되는데,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원 전체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의료계는 정부가 신속하게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 의료자원 전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상급종합병원과 중소병원이 역할을 제대로 분담해 환자에 대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가진 대형병원들은 현재 환자가 포화상태인 반면, 일부 중소병원들은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응급실 전 단계에서 중증환자와 비중증환자를 나눈 뒤, 중증환자는 대형의료기관으로 이송하고 경증환자는 중소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 이사장은 “대형병원 응급실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지체 없이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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