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로봇수술 건강보험 적용에 손을 걷어붙였다. 비용 대비 효과성이 불충분한 상태이지만 사회적 요구도가 높아져 선별급여로 진행하겠다는 방안을 세우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고가장비 과잉공급으로 급여 이득이 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고, 대형병원 쏠림현상, 전문과목 불균형 등 여러 문제점이 산재해 추진과정이 평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무관은 “로봇수술은 비급여 발생규모가 높아 환자 의료비 부담이 큰 상태”라며 “비급여 관행수가가 700만원~1500만원 수준인데 이는 복강경 수술과 비교시 2~3배의 고가”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5개 병원을 대상으로 로봇수술 관련 사항을 조사한 결과, 점유율 17.1%(연간 1300억 추정)로 집계되는 등 비급여 규모가 커지고 있어 건강보험 내에서 의료 이용량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사무관은 “로봇수술의 경우, 기존 개복술이나 복강경 수술 등 대체 가능하고 비용 대비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아 필수급여로 진행하기는 어렵고, 선별급여로 진행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선별급여로 진행할 시 보장성 강화라는 목적에 맞게 환자 부담이 줄어들어 경제적 격차에 따른 불평등적 형평성 및 타 수술이나 치료로 비급여가 옮겨가는 풍선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로봇수술 급여화 방향을 설계하긴 했지만 문제점도 만만치 않았다.
김 사무관은 “건보 적용 후 PET, 방사선 치료 장비가 과잉 공급된 것처럼 로봇수술도 최신 장비를 도입할 수 있는 대형병원으로 쏠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급여가 진행되면 약 26곳 병원에서 최대 80대까지 로봇수술 장비를 추가 도입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제시됐다.
그는 아울러 “전립선암 등 특정분야만 선별급여로 올라가게 되면 해당 과만 손해를 보게 되고, 타 비급여 수술은 여전히 이득을 볼 가능성도 있다”며 “로봇수술 급여화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학계·시민단체 “아직은 시기상조”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는 공통적으로 “아직은 급여 도입이 이르다”라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림대의료원 비뇨기과 이영구 교수(대한비뇨기과학회 보험부회장)는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전립선암에 대한 로봇수술 급여화 추진은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급여화가 되면 관행수가 보전 없이 절반으로 후려칠 것이 뻔하다. 무너지고 있는 비뇨기과를 몰락시키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선한 교수(대한외과로봇수술연구회 회장)도 “초기 단계부터 모든 항목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급여로 들어오게 되면 전공의 교육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선별급여는 정치적 아이템에 불과하고, 선별급여의 대표주자로 로봇수술이다. 건보재정을 투입시키려면 지방의료기관 및 병의원급을 살리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 역시 “의료전달체계 왜곡현상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기존 체계에서 고소득자만 일부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도 “본인부담이 줄어드는 이득이 보장돼야 하는데, 로봇수술은 그렇지 않다. 우선 순위를 따져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분야로 재정이 투입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대 의견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방향성을 열고 더 논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도 제기됐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불분명한 비용 효과성 및 고소득자 위주의 급여보장 등 문제가 산적한 것은 파악하고 있지만, 비급여 시장이 과도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손 과장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소위원회를 꾸려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방침이다. 이를 종합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