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수술로봇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올해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미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수술로봇 시장 변화에 자연스레 관심이 모아진다.
세계적인 로봇수술 ‘성지’로 일컬어지는 세브란스병원이 개발에 이어 보급까지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수술로봇 국산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미래컴퍼니는 세브란스병원과 진행한 로봇수술기 ‘레보아이(Revo-i)’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 종료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향후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본격적인 사업화 준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통상 기술문서 심사는 80일 이내 완료된다.
레보아이는 기존 복강경 수술에 로봇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으로,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사의 ‘다빈치(Da Vinci)’와 유사하다. 절개부에 로봇 팔과 수술용 카메라를 삽입하고 3D 영상을 보며 근거리 원격조종으로 수술하는 방식이다.
복강경에 비해 정교하고 확대된 시야를 제공하는 것을 물론 의사의 직관적인 손동작을 복강 내 수술기구에 전달하기 때문에 암 조직, 혈관 등 원하는 부위를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
미래컴퍼니는 지난해 4월 26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식약처로부터 임상계획을 승인받은 후 같은 해 6월 17일부터 세브란스병원과 레보아이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다.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가 임상시험을 주도, 비교적 절제가 용이한 담낭뿐만 아니라 전립선 절제술에 성공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나 교수팀은 지난 해 11월 스웨덴에서 개최된 ‘WRSE24’에 초청돼 레보아이를 이용한 전립선절제술을 라이브로 시연했다. 이 행사는 매년 세계 유명 비뇨기과 의사 15명의 수술을 24시간 릴레이 생중계하는 국제학회다.
나군호 교수는 “고난도의 전립선절제술을 성공한 것은 최초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10년 만에 국산화가 가능해지면서 드디어 수술로봇 불모지인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미래컴퍼니와 세브란스병원은 ‘글로벌 로보틱스 트레이닝센터(가칭)’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다빈치 로봇트레이닝센터처럼 병원 내 국내외 임상의사, 의대생 등을 대상으로 레보아이를 활용한 로봇수술법을 교육하고 경쟁력 고도화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래컴퍼니 김준홍 대표는 “세브란스와 지난 10년 동안 수술로봇 개발에 협력해왔다”며 “개발 단계는 물론 보급 확대를 위한 포괄적 협력 등 병원과 기업 상생의 성공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산 수술로봇이 시장에 진입하면 인튜이티브서지컬 독점체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46개 병원에 61대의 다빈치가 공급돼 있다.
국산 로봇뿐만 아니라 미국 트랜스엔터릭스, 구글 생명과학사업부 베릴리와 존슨앤드존슨의 합작사인 버브서지컬, 메드트로닉 등이 다빈치의 아성에 도전 중이다.
트랜스엔터릭스는 올해 시장 진입을 목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준비하고 있다. 수술기는 대 당 180만 달러로 다빈치보다 비싸지만 수술 기구 등 전체 시스템 유지비용은 한 해 1200달러에 불과하다.
버브서지컬은 올해 초 시제품을 공개했고, 지난 달 말에는 부사장이 기술 협력 모색을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튜이티브서지컬 관계자는 “현재 세계적으로 수술로봇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전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발전하고 그 혜택이 환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