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 건보 적용과 실손보험 청구…의사들 고민
급여화 기준 후 진료현장 혼란 증가…보험사 소송 등 변수 통제연구 필요
2022.06.26 22:18 댓글쓰기

MRI 보험급여 적용 확대 이후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실손보험사 소송 등 외부적 요인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건강보험 가입자 의료이용 예측 모형 개별 연구에 따르면, MRI 급여화 이후 두통 방문으로 이뤄지는 MRI 이용과 관련해서 상당한 수준의 변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이용 변이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A지역에서는 15세 이하 어린이 중 편도절제술을 받은 비율이 60%인데, B지역에서는 20%에 그치는 것과 같은 의료이용 행태를 뜻한다.


현재 MRI 진단에 대해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연구팀이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두통 관련 상병 조건을 만족하는 수진자 명세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은 뇌(腦) MRI 이용 비율이 낮고 변이도 낮은 반면, 종합병원-병원-의원으로 갈수록 뇌 MRI 이용 비율이 높고 변이 정도 역시 컸다.


연구팀은 "MRI 변이 자체가 의료 과잉이용을 뜻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의료 과잉 혹은 과소이용이 발생하고 있거나 혹은 의사들 사이에서 이런 기준이 통일돼 있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즉, MRI 처방에 관한 기본 임상적 판단 기준은 의사들 사이에서 통일돼 있지만, 해당 기준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두통 환자를 볼 가능성이 높은 신경과 및 신경외과,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의사들은 MRI 처방에 있어서 환자나 외부 민간보험사의 불만 제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전문의는 "힙합 가수가 나와서 두통에는 MRI가 무료다라고 말하는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실제로 그것을 보고 와서 '정부가 홍보하는데 두통에 왜 (MRI) 보험이 안되냐'며 따지는 환자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MRI를 찍어야 되는 건 아닌데 광고에서 언제든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해 버리니 그런 압력이 결국에는 진료 현장으로 전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B전문의는 "환자분에게 본인 증상은 지침상 안되는 거라고 설명드리면 대부분 섭섭해 하면서 이해를 하지만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급여화 기준 중 최종적으로 의사가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함에 따라, 의사가 임상적으로 판단하기에 MRI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를 비급여 항목으로 청구하는 경우 실손보험 회사의 소송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C전문의는 "환자 증상을 듣고 의사 판단으로 비급여 청구를 해도 나중에 실손보험사에서 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급여가 적용되는 것을 비급여로 적용한다고 억측하는 것"이라며 "소송을 당하면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자칫하면 실손보험에 당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D전문의는 "비급여 처방을 환자가 납득한다고 해도, 실손보험사에서 '우리가 보기에는 건강보험이 되는데 왜 적용을 안했느냐'고 반발할 수도 있다"며 "이런 기준이 나왔을 때부터 보험사와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급여화 기준의 최종적인 적용을 의사가 판단하는 만큼 실손보험사와의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검사를 시행하지 않음으로써 매우 낮은 확률의 질환을 놓치게 됐을 때 의료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방어 진료를 한다는 답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MRI 이용을 결정하는 기준이 표면적으로 존재하긴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기전들이 작용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MRI 급여화 정책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