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치료 환경 개선=의약품 허가 후 개선"
전문가 "희귀의약품‧희귀질환치료제 일원화·선급여 후심사제 필요" 역설
2022.07.14 05:50 댓글쓰기



13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 중인 이형기 서울대병원 교수./촬영=신용수 기자

의료계에서 정부가 희귀질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허가 이후’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희귀의약품‧희귀질환치료제 일원화와 함께 선급여 후심사제 등 신속한 급여 인정제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소아 희귀질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 대비 희귀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2020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통계에 따르면 총약제비 대비 희귀의약품 비용은 2018년 2.1%에 그쳤다. 이는 전 세계 14.2% 대비 현저히 낮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한 “우리나라에서 희귀의약품 비용이 낮은 이유는 환자가 적어서도, 진단이 안되서도 아니다”라며 “허가된 품목 수 자체가 적은 데다, 급여가 잘 안되고 약가 비용도 낮아 처방이 잘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의료계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허가 이후’를 꼽았다. 허가 제도 자체에는 거의 문제가 없지만. 그 이후 급여 불인정 및 지연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희귀의약품 국가별 급여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51.1%에 그친다”며 “독일(90.8%)이나 영국(70.6%)를 비롯한 다른 선진국 대비 현저히 낮다. 환자들에게는 약이 있어도 못 쓰는, 그림의 떡 같은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가 구분돼 있다는 점이 옥상옥(屋上屋)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이형기 교수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식약처, 희귀질환치료제는 질병청이 지정하도록 나뉘어 있다”며 “문제는 희귀의약품으로 허가받아도 희귀질환치료제로 산정특례 지정이 되지 않을 경우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허들”라고 지적했다.


이어 “희귀질환에 대한 산정특례 지정이 박하다는 점도 큰 문제”라며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희귀의약품 산정특례 분류별 급여율을 살펴보면, 희귀질환치료제의 급여율은 46.7%로 암 치료제(58.5%)나 중증난치질환치료제(62.5%) 대비 현저히 낮다.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치료제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소아 희귀질환 환자들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소아에게 허가된 의약품은 더더욱 적은 데다, 전체 치료제 중 비급여 항목이 71%에 달하는 까닭이다.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자센터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는 “현재까지 지정된 희귀질환 치료제 32개 중 현재 급여 등재된 품목은 14개 품목”이라며 “그런데 그중에서 소아에 사용되는 의약품은 4품목에 불과하다. 약이 없어서 치료에 소외된 소아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가장 먼저 급여 신속화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형기 교수는 “우리나라는 약물 경제성 평가에 점증적 비용 효과비(ICER)를 사용하는데, 희귀질환의 경우 비교할 약제가 없고,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매우 어려워 한계가 있다”며 “물론 지난 2014년 위험분담제 및 경제성평가면제를 도입했지만 급여 등재율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신약의 우선적인 신속 등재를 통한 환자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다”며 “모든 신약에 대해 평가 전 자율 가격제를 적용한 독일이나 확대접근제를 운용 중인 프랑스처럼 ‘선급여 후 평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약제뿐만 아니라 유전자 검사 등 진단 과정에 대한 급여화도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범희 교수는 “희귀질환은 조기 진단해 관리할수록 삶의 질이 높아진다”며 “조기진단은 의학적뿐만 아니라 공공성 및 경제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국가 주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3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 중인 복지부, 질병청, 심평원 관계자./촬영=신용수 기자

정부 "도입 검토하겠지만 당장 실행은 어렵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같은 의료계의 조언에 대해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희귀의약품‧희귀질환치료제 일원화 및 선급여 후심사 제도 도입에 대한 신속한 현장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선등재 후심사 제도에 관해 “내부적으로도 검토했지만, 선정기준부터 유효성, 비용효과성, 추후 제약사와의 약가 협상력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모델을 당장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과거 긴급도입의약품으로 희귀 항암제를 품목허가 전 보험 적용한 적이 있는데 이후 등재 신청 및 정식 급여 과정에서 기존 약제 수준의 협상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을 체감했다. 선등재 후심사 제도를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이지원 질병청 희귀질환관리과장은 “희귀질환 지정에 대한 사안은 여러 부처의 의견수렴이 필요해 질병청에서 곧바로 어떻게 하겠다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료계에서 희귀의약품 및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해 여러 말씀을 해주셨는데 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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