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요양병원 사업 명목 투자금 등 '수억 편취'
대법원 "의료법 위반한 계약, 형법상 보호 가치 없어 횡령 아니다"
2022.07.20 12:08 댓글쓰기



사진출처=연합뉴스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음에도 요양병원을 운영할 목적으로 투자금을 받은 뒤 개인 빚 변제에 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투자 단계부터 의료법을 위반한 사업임을 알면서 형성된 계약은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다.


20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1월께 피해자 2명과 함께 의료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요양병원을 운영하기로 약정한 뒤, 두 사람에게서 투자금 2억5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당초 만들기로 한 협동조합은 병원 후보지를 물색하던 중 세 사람의 갈등으로 좌초됐으며, 이후 A씨는 투자금을 두 사람에게 돌려주지 않고 2억3000만원을 개인 빚 변제에 사용했다.


이에 1심은 A씨의 횡령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와 피해자들간의 노인요양병원 설립과 운영을 공동사업으로 인정하고, 투자금을 개인 빚 변제에 사용한 것을 횡령으로 판단한 것이다.


반면 2심은 형량을 6개월로 낮췄다. 이 재판에 앞서 A씨는 피해자 두 사람 중 1명에게서 2억2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 재판부는 이 부분을 면소(사법 판단 없이 형사소송을 종결함) 대상이라 보고 나머지 금액의 횡령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투자자들 모두가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비영리 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요양병원을 설립·운영하며 수익금을 배분하기로 한 동업 약정은 의료법에 따라 불법 행위(범죄)이며, 무효라고 지적했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도 의료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지만, A씨와 투자자 2명은 애초 협동조합을 만들 생각이 없었고 조합 설립도 무산됐기 때문이다.


다만 동업 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해도 A씨로서는 투자자들 출자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으므로 개인 용도로 이 돈을 쓴 것은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은 2심이 유죄로 인정한 횡령죄 역시 무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규범적 관점에서 볼 때 범죄의 실행행위나 준비행위를 통해 형성된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의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이라는 범죄의 실현을 위해 교부됐으므로 해당 금원에 대해 A씨와 C씨 사이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위탁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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