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확대·비대면 진료 도입 등 촉각
코로나19 이후 재논의 예정인 '의정합의' 변수…국회는 관련 법안 봇물
2022.10.12 11:08 댓글쓰기



‘곳곳이’ 난관이다. 대선 이후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의료계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은 제기됐으나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발의된 의대 관련법만 ‘8건’에 달한다. 의대특별법의 경우 의대 정원 확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의료계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무엇보다 의사인력 확대는 2020년 의정합의 당시 코로나19 이후에 ‘재논의’키로 했던 쟁점이다.

대선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은 비대면 진료도 마찬가지다. 최근 플랫폼 업체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제도화’에 성큼 다가선 모습이다.


현재는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안이 대표적으로 논의 중에 있고, 보건복지부도 법제화 필요성을 연일 나타내고 있어 의료계도 대안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는 10월 국정감사 이후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입법전쟁의 ‘서막’이 열릴 예정이다.


의대 관련 법안만 ‘8건’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여야 움직임이 ‘점입가경’이다.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등 의사인력의 경우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의 도화선이 됐던 사안으로, 당시 정부여당(민주당)과 의협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해당 사안을 논의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근무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의료기관에서 뇌동맥류 파열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사인력 문제는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내·외·산·소 등은 물론 응급의학과까지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문제가 지역불균형과 맞물리면서 의대특별법이 쏟아졌다.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창원의대 특별법(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목포의대 특별법(김원이 민주당 의원), 전남의대 특별법(소병철 민주당 의원), 공주의대 특별법(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등(발의 순)이 연달아 국회에서 발의됐고, 이중 일부는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됐다.


각 특별법의 내용도 지역만 달리했을 뿐 ‘대동소이’하다. 입학정원 100명 내외, 10년 간 지역 내 공공보건의료기관 또는 공공보건의료업무 복무, 입학금과 수업료 면제 및 실습비·기숙사비 등 국고 지원, 의과대학 설치 및 운영을 위한 국고 지원 등이 주요 골자다.


요컨대 의대 설립을 위해서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는 뜻이다. 특별법이 발의되지 않았을 뿐 인천, 경북 등에서도 의대 설립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당연히 반대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의 주요 원인이 의대 신설 및 공공의대 설립이었기 때문에 교육위원회 법안소위 회부 자체만으로도 민감한 반응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의협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키로 했는데, 그렇다면 정부가 안정이 됐다고 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라며 “이전 정부 합의라고 해서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키로 한 합의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가이드라인으로 법제화 ‘성큼’


이 뿐만 아니다. 의료계 내부에서 교통정리가 안된 비대면 진료는 그야말로 ‘목전’에 있다.


지난 7월 2일 부산 소재 호메르스호텔에서 열린 ‘재택치료와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고찰’ 간담회에서 고형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 ‘시급성’을 주장했다.


그는 “현재 비대면 진료를 폭 넓게 허용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제도화하지 않으면 의사회 생각과 다르게 흐를 여지가 있다”고 압박했다. 기 발의된 최혜영 민주당 의원안을 바탕으로 논의에 나서자는 제안도 함께 내놨다.


최 의원안(案)은 비대면 진료 개념 정의·대면 진료 원칙, 병원급을 제외한 의원급 의료기관, 대면진료와 같은 책임을 부여하되 면책사항 마련, 신고한 의료기관에 한해 비대면 진료 가능 및 비대면 진료 전용 의료기관 금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급기야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 가이드라인까지 나오면서 의료계로서는 쫓기는 모양새가 됐다. 지난 7월 28일 닥터나우 본사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는 플랫폼 업체가 지켜야 할 6가지 준수 사항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의약품 오·남용 조장 금지 ▲환자에게 사은품 제공 등 호객행위 금지 ▲약국과 의료기관에 알선·유인 행위 금지 ▲의사·약사 전문성 존중 ▲환자·의료인 개인정보 보호 등이다.


비대면 진료 법제화가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진행된다는 점, 올해 말 늦어도 내년까지 제도화를 시행하겠다는 보건복지부 입장 등을 고려하면 의료계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입장정리를 하지 못 하고 있다. 의협 산하 대한내과의사회·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등은 공동 설문조사를 근거로 “의사들 72%가 비대면 진료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직접’ 경험한 의사들이 응답한 자료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박근태 내과의사회장은 “의협 대의원총회에서 통과됐지만 비대면 진료에 반대한다”며 “비대면 진료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4개과 의사회가 공동대응체계로 갈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비대면 진료 정국에서 소외될까 내심 걱정하는 대한병원협회와 의협 간 갈등도 내재돼 있다.

의료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개원가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일차 의료기관 위주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병협도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의료계 긴장…간호법·의사면허법 등 당면 과제


이외에도 의협이 사활을 걸고 반대 중인 간호법,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 결격기간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의협·병협·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을 비롯한 13개 보건의료단체장은 국회 앞에서 ‘세(勢)’ 과시를 통해 간호법 저지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이필수 의협 회장은 연초 의협 출입기자단과 인터뷰에서 전례 없이 강력한 어조로 ‘특단의 강경책’을 천명했다.


지난해 5월 임기를 시작한 그는 전임 집행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당선됐다.


의사 회원들에게는 정부·국회 등과 협상을 선호하는 ‘온건파’로 인식되고 있는데, 취임 후 총파업을 떠올릴만한 특단의 강경책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 회장은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의료법에 기반을 둔 현행 보건의료체계에 큰 혼란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면서 “끝까지 법안 저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협의 당정에 대한 압박 수위는 이미 도를 넘었다”며 “간호사단체가 의료계의 합리적인 주장과 의지를 묵살하면서까지 간호법 통과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에 맞서 끝까지 법안 저지에 힘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면허법도 문제다. 의사면허법의 경우 소위 의사들 ‘밥그릇’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간호법 이상의 파급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간호법이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지난 5월 17일, 해당 회의에서는 “의사면허법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사면허법이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된 지 한참이 지났는데,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더욱이 경기도지사 시절 수술실CCTV 설치법 통과를 주도했던 이재명 의원의 민주당 대표 당선은 의사면허법 논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는 금년초 데일리메디와의 신년대담에서 의사면허법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사면허법은 마무리돼야한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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