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2 노정합의 1년…성과와 과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등 잰걸음…공공병원 확충·의사 증원 '해법' 절실
2022.10.15 06:58 댓글쓰기

지난해 정부와 산별노조가 협상을 벌여 탄생한 9.2 노정합의가 1년 조금 넘게 경과했다. 전문가들은 노정합의에 대해 “공공의료를 더 이상 지방자치단체에 일임하지 않고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공공병원 설립을 약속한 사례”라며 높게 평가했다. 합의 내용은 크게 보건의료인력 확충·처우 개선,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공공의료 확대 등이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보건복지부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9차례 이행점검 회의를 가졌다. 그동안 어떤 사항이 이행됐고 어떤 과제가 남아있는지, 병원 등 현장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데일리메디가 2022년 9월말 기준 주요 노정합의 이행 현황을 정리해봤다.[편집자주]


중앙감염병병원 설립 속도…전국 42개 지역책임의료기관 지정


노정합의 사항은 ▲공공의료 강화 및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12개항 ▲보건의료인력 확충 8개항 ▲부속합의 및 이행점검 등 6개 내용으로 구성됐다.


코로나19 감염관리수당(생명안전수당)은 코로나19 유행 약 2년 만에 제도화됐다. 생명안전수당 제도화를 위해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금년 1월부터 시행됐다.


올해 예산은 1800억원이 반영됐다.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지급이 확대됐지만 현재 일반병동 코로나19 대응 인력에게 지급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은 오는 2027년 서울 중구 방산동 미군 부지 내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현재 이전·신축 중인 국립중앙의료원 새병원과 연계돼서 운영될 예정이며, 정밀발굴조사 등이 진행되고 있다. 2025년 본격 착공된다.


또 오는 2024년까지 전국 권역감염전문병원을 확대키로 했는데 4개소 중 수도권, 제주권에 대한 설립 추진 계획 및 연구용역 추진 등의 과제가 남았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전국 공공병원 확충에 합의했고 현재 지방의료원 5개소 신축 및 7개소 증축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대전의료원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후 순조롭게 건립이 진행 중이다. 광주의료원, 울산의료원은 설계비를 편성한 후 타당성 재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 전국 70개 진료권 중 42개 지방의료원 및 공공병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 완료됐다. 합의안 대로라면 남은 28개도 지정돼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지역의사제 등 의사정원 확대 진척 힘든 실정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지역의사제 등 의사정원 확대를 위한 합의사항은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합의안 대로라면 17년째 동결 중인 3058명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하지만 이는 2020년 9.4 의정합의와 정면 충돌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료계와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재유행 등 장기화로 본격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러는 사이 정치권은 의사 증원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현재 발의된 의대 신설 관련 법안만 10여 건에 달한다.


김성주 의원, 김형동 의원, 김원이 의원, 소병철 의원, 강기윤 의원, 전봉민 의원 등이 각각 전주, 안동, 목포, 전남, 창원, 부산 등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법안을 내놨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관련 5개 제·개정 법안도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1차 상정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의사 증원 사안은 금년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정상화가 전국민적 화두로 떠오르며 재점화됐다.


여야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필수의료 살리기 해법으로 의사 증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역시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이 선(先) 해결돼야 한다는 의료계와 삐걱되고 있다.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 의료체계 거버넌스를 통일키로 한 합의안(案) 역시 이행은 아직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보건의료노조 임금단체협상에서 전국 의료기관 중 특히 국립대병원들이 협상에 난항을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 소관부처 변경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열린 노정합의 1주년 기념 국회토론회에서 정춘숙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최연숙 의원 등이 해당 합의 이행에 무게를 실으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야간간호료 등 간호인력 처우개선 속도


보건의료인력 처우 개선 관련 8개 합의사항은 공공의료 확충 사안보다 진척이 있다.


간호등급제 개편 관련 정책연구 및, 간호간병통합병상 확대 로드맵이 마련되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 금년 7월 말 기준 636개 기관 6만7673개 병상에 적용되고 있다.


또 야간간호료, 야간전담간호사 관리료가 지난해 4월 서울시 종합병원·병원으로 확대되며 노정합의 이행이 완료됐다. 현재 간호료 지급 실태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가이드라인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된 간호사 교대근무제 또한 규칙적인 패턴대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교대제 시범사업도 금년 4월부터 46개소 188병동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간호인력 처우 개선 시도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박미영 대한간호협회 이사는 교대근무제 개선 시범사업과 관련, “오래 전부터 간호인력 충분하고 교육전담자 배치된 병원은 시범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지만 열악한 병원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범사업 기간만 3년인데, 언제 전국 확대되는지 궁금하다”며 “시범사업 취지대로 모든 인력이 원하는 패턴으로 일하려면 간호사가 추가 지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미영 이사는 “궁극적으로 의료법 개정을 통해 간호사 인력배치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장은 이미 이직과 사직이 반복돼 숙련 간호사가 부족한데 언제까지 버텨야하는지, 몇 명의 간호사가 더 죽어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불법의료 근절, PA 타당성 검증 시범사업 결과 촉각


무면허 의료행위(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진료지원인력(PA) 타당성 검증 시범사업 또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궁극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해 불법의료가 자행되고 있다”는 노동계 및 간호계 주장에 따라 의사 정원 확대와도 맞닿아 있어 논의에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PA 등 관리운영체계를 마련하고, 금년 5월 참여의료기관 10곳을 선정해 금년 8월부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의료계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불법의료 근절과 의사 증원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분명한 것은 기술과 연구가 발전하면서 과거와는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행위가 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의료행위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의료현장에서 적절한 대체인력을 유연하게 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현재 PA 시범사업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고 함께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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