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건강보험 수가계약 결렬로 의료계를 중심으로 수가계약 무용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보건정책과 연계한 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시스템처럼 건강보험 보장률을 몇 퍼센트(%)를 올리는 방식은 필수의료 위기 등 의료계 당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9일 대한의사협회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국회에서 열린 ‘수가협상제도의 합리적인 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를 통해 제도 변화를 촉구했다.
우봉식 소장은 “보건의료정책 핵심은 인력과 자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병상 자원 관리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없이 손을 놓고 시장 기능에 맡겨왔다”고 꼬집었다.
이에 현재 우라나라 1000명당 병상수는 12.8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상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18% 남짓인 우리나라가 노인인구 비율이 30%에 달하는 일본보다 병상 수가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즉, 병상이 늘어날 시 새로운 의료인력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 의료 이용이 증가하면서 의료비 증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 소장에 따르면 현재 폭증하는 대학병원들 분원 병상에 대한 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7년 문재인 케어 이후 시행 이후 대학병원의 수익이 늘면서 분원을 추진 중인 병원이 늘어났다.
현재 분원을 추진 중인 병원들의 병상을 모두 합치면 6600병상에 이른다.
6600병상이 신설될 시 의사 2700명 및 간호사 8700명이 필요해 인력 블랙홀은 물론 2조 4810억원의 추가 요양급여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우 소장은 “문재인 케어 이후 수익이 크게 늘어난 수도권 대학병원들이 우후죽순 분원을 지으면서 병상 자원 총량의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제언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 "수가개선 동의, 중재기구 설립" 촉구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수가협상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수가협상 결렬 이후 건강보험심의위원회 즉, 건정심을 통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계약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공정하지 못한 깜깜이식 협상구조와 객관적 근거자료의 부재는 물론 비효율적인 협상 방식과 중재기구 부재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 보험이사가 제안한 개선방안은 ▲공정한 협상 구조 마련 및 객관적 근거자료 활용 ▲국민건강보험공단 실질적 권한 확보 ▲별도 중재기구 신설 ▲불합리한 패널티 구조 개선 ▲합리적인 운영 방식 마련이다.
박영달 대한약사회장도 계약결렬시 합리성과 객관성을 담보한 독립적인 별도의 중재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계약이 결렬되는 경우 책임이 공급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박영달 회장은 “수가불규형 문제, 적정보상 수준에 대한 합의는 단순히 환산지수로 결정될 수 없다”며 “계약 결렬 시 별도 독립적인 중재 기구를 구성 및 운영하고 합리성과 객관성을 제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손호준 보험정책과장도 다양한 문제들이 수가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필수의료 소생을 위해 복지부 차원에서 많은 고민과 노력을 이어가고 전했다.
손호준 과장은 “수가협상은 단순히 협상 구조 변동만으로 답을 구하기가 쉽지않다”며 “지속 증가하는 요양급여비는 물론 의료전달체계, 병상 문제, 고령화 등 다양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어려움이 있지만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중심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