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2028년 개원을 목표로 지난 4월 24일 기공식을 개최했다. 성공적 안착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운영 재정과 전문의 확보 등 산적한 과제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당초 일산 어린이병원은 '건강통합관리센터' 계획에서 어린이공공병원으로 확대, 전환됐다. 그러나 전환 과정에서 장기적 운영 지속성, 재정 안정성, 전문인력 확보 등의 문제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고준호 경기도의원은 “경기 북부에는 열이 나거나 숨이 가빠도 먼 병원을 찾아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며 “일산 어린이병원이 소아응급 공백을 해소하는 거점 병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소아응급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등 민간병원이 제공하기 어려운 필수의료 서비스를 갖춘 진정한 공공의료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일산 어린이병원은 지하 4층, 지상 6층 규모로 건립되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과 연계해 북부 지역 소아진료 공백 해소를 목표로 한다. 경기도는 일산병원을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24시간 소아응급 진료체계 구축에 나섰다.
'성공적 안착' 장담할 수 없는 이유
일산 어린이병원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일산병원 자체의 재정 상태다. 공공성을 중시하는 운영 방침과 낮은 진료수가로 인해 일산병원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일산병원은 2022년 104억5899만원, 2023년에는 363억6992만원의 경상손실을 기록했다.
또 어린이병원 특유의 낮은 수익성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내 주요 병원들의 어린이병원도 적자폭이 큰 상황이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은 매년 약 15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양산부산대병원 어린이병원도 연간 50억~7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어린이병원 역시 본원의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어린이 환자는 성인 환자에 비해 병상 회전율이 낮고, 고난도 진료 비중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 특히 공공병원은 진료 선택 폭이 제한돼 수익성 높은 진료를 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런 구조적 한계가 일산 어린이병원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의 확보 문제도 '발등의 불'
최근 의료계 전반에서 소아과를 포함한 기피과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특히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인력 수급 문제가 심화되면서 일산병원 역시 소아과 전문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새로 개원하는 어린이병원도 충분한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경기북부는 기존에도 보건복지부 지정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없어 소아환자들이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산 어린이병원이 지역 소아진료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다.
반면 충분한 예산과 전문인력 확보,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다른 '무늬만 공공병원'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저출산과 소아과 전문의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절대적이다. 어린이병원이라는 상징적 의미로 형식적 성과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재정, 인력, 운영 등 실질적 문제에 세밀한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