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료 핵심 디지털 헬스, 업무도 진화해야
신기술·첨단기기·선진 시스템, 조직 내 안착 관건은 인력 양성
2021.11.02 05: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물결이 의료계에도 불어 닥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하나씩, 그러면서도 급속도로 병원의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다. 병원 풍경의 변화는 곧 환자 경험의 새로운 단계로 이어졌다. 주요 의료기관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됐고, 그런 변화 과정에서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됐다. 이 지점에서 전문가들이 다시 주목하는 것은 ‘사람’의 역할이다. 인적 자원의 효율적이고 적절한 활용은 디지털 시대 의료기관 역량 관리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이 일어나는 시점, 다음 세대 의료기관 역량관리를 위해 병원이 가야할 길을 데일리메디가 조망했다. [편집자주]

① 스마트병원, 여전히 핵심은 '기술' 아닌 '사람'
② 미래의료 핵심 디지털 헬스, 업무도 진화해야
③ 우리 사회가 기대하는 진정한 의료서비스 혁신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계 이해도는 아직 “아쉬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지털 헬스케어'는 뜨거운 키워드다. 혁신적인 IT기술은 의료서비스와 높은 시너지를 발휘해 진료의 질을 확 바꿀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의료현장에는 그 개념이 완벽히 자리 잡지는 못한 모습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설문결과 상급종합병원 종사자 38.9%는 디지털 헬스케어 이해도를 묻는 질문에 '보통'이라고 답했다. 14.3%는 '이해하지 못함'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절반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의료산업 전문가들은 “본격적으로 산업계 육성하기 위해선 먼저 디지털 헬스케어의 명확한 개념에 대한 종사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일반적인 정의는 ‘다양한 혁신 ICT 기술이 헬스케어와 결합된 개념’이다.

주요 특성은 ‘예측‧예방‧개인화‧참여’다. 이러한 특성은 의료진-환자-기기 관계에서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여기에 도입되는 기술의 범위가 워낙 넓어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의는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의 내용으로 살펴본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케어의 지향점은 이렇다.

앞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4차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연결되는 지식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고 정의하면서 헬스케어 핵심 사업으로 ▲진료정보 교류 확대 ▲보건의료 빅데이터‧AI 기반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AI 기반 신약 개발 등을 꼽았다.

아날로그가 아닌 모든 기술이 ‘디지털 헬스케어’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선 '의료기기산업 육성법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간담회'가 개최됐다.미래의료 먹거리 ‘디지털 헬스’…중심은 ‘혁신 의료기기’
 
병원 종사자 중 현장 의사들은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에 더욱 주목한다.

병원이란 기관에 접목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있는 한편, 진료 질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술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학계에서도 적극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대해 ’제대로‘ 배워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열린 대한의학회 임원 아카데미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임상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논하는 별도의 세션이 마련되기도 했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미래 의학에 깊이 관여할 것이란 사실은 자명하다"며 ”대한의학회가 이번 아카데미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주제로 삼은 것은 의료계의 높은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임상 현장에서 가져오는 변화는 ‘혁신 의료기기 도입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직접적으로 진료에 연관되면서도 최신 IT기술이 도입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이미 혁신 의료기기를 디지털 헬스케어 경쟁시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으로 인식하고 활발히 정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혁신 의료기기는 IT, BT(Bio Technology), NT(Nano-technology) 등을 적용해 기존 의료기기나 치료법에 비해 안전성‧유효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기를 대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다.

우리나라 또한 비교적 일찍이 혁신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에 나선 바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이 제정된 것이 그 시작이다.

우리 사회에 혁신 의료기기의 정의가 뿌리 내린 계기이기도 하다. 당시 식약처는 혁신 의료기기의 예시로 등 기술이 접목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융복합체외진단시스템, 환자 맞춤형 재활 로봇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러한 기기들이 향후 의료산업을 이끄는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의학계 또한 추상적인 논의에서 구체적인 기술 활용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정부 의료기기 산업단 내부에 설치된 TF에 소속돼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여 중이다.
 
지난 5월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국내 혁신의료기기 1호로 지정된 '뷰노메드 펀더스 AI'에 적용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뷰노혁신 의료기기가 바꾼 의료현장…급성질환 주목
 
혁신 의료기기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뜨거운 영역은 급성 질환에 관련된 것이다.

촌각을 다투는환자의 골든타임에 첨단 기술을 접목, 더 적기에 조치를 가능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허가가 내려진 16호 혁신의료기기인 뷰노 사(社)의 심전도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심전도 측정만으로 심전도 측정만으로 심부전증은 및 급성 심근경색 질환의 발생 확률을 제시한다.

나아가 진단 정확도 향상과 오류 감소에 도움을 준다. 특히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목적으로 개발됐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정에 성공했다. 
 
물론 혁신 의료기기가 활약하는 것은 급성 질환에서만이 아니다. 숙련된 의료진도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고난이도 수술에서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우선 도입되고 있는 미래컴퍼니의 복강경 수술로봇시스템 ‘레보아이’가 잘 알려져 있다.

이 기기는 환자의 몸에 1cm 미만 구멍을 낸 후 4개 로봇팔을 삽입해 의사가 4차원 영상을 보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로봇수술 장비다. 전립샘암수술, 갑성샘암수술, 자궁암수술 등 여러 수술에 사용된다.

레보아이를 사용하는 의사는 기존 복강경 수술 대비 최대 15배 확대된 고해상도 3D 화면으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정교한 수술의 편의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레보아이를 도입한 국내 의료기관인 기쁨병원은 4개월 만에 수술 100례를 달성하며 활발한 쓰임새를 보였다. 

대형 의료기관에서도 첨단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휴온스는 서울대병원이 자사의 고집적 초음파 시스템 엑사블레이트 뉴로(ExAblate Neuro)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기기는 초음파를 뇌신경계질환 치료에 접목, 두개골을 직접 열지 않고 초음파를 이용해 뇌 병변 치료를 한다. 대표적으로 본태성 진전(수전증)에 쓰인다.

기존에는 두개골을 절개해 뇌 안에 전기 자극을 주는 뇌심부 자극술이 주된 치료법이었지만, 이 기기의 사용하면서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덜어졌다는 설명이다.
 
수도권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고집적 초음파술과 같은 개선된 수술법을 사용할 수 있는 기기는 수술을 받은 환자의 삶의 질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첨단 기기 도입이 의료서비스의 질로 연결되는 만큼 교수들도 첨단 기기의 발달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개념이 의료기기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특징은 대형 의료기관과 대기업의 협력이다. 실제 산업계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습이다.

KT와 강북삼성병원은 만성질환 발병확률을 ‘예측’할 수 있는 플랫폼 구상에 나섰으며, LG유플러스와 벤처기업 와이닷츠는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AI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인하대병원도 IoMT 웨어러블 단말을 도입해 ‘환자 개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스마트 간호서비스를 구축했다. 이 밖에 웨어러블, VR 기기를 활용한 보조적 기기들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이 같은 최신 기술의 도입은 의료 현장의 환경을 상상 이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진단, 치료, 수술 모든 절차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고, 이를 통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환자의 치유가 가능해졌다. 

혁신의료기기가 이끄는 미래의료의 혁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혁신의료기기로 대표되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확대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다음 단계로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의료기관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기기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질적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가 부여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한 경영 방식의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힘줘 말한다.
 
지난 6월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이 '세브란스 HR 이노베이션 심포지엄 2021'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새로운 기기 도입 활발…‘적응기간’ 필요한 병원
 
이처럼 임상 현장에 디지털 헬스케어 도입이 성큼 다가왔지만, 현장의 많은 의사들은 도입 과정에서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실제 사용을 위해선 일정 기간은 직원들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A 임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용량 PCR검사를 위한 신형 검사기기가 여러 대형병원에 도입됐다. 시간 당 검사 효율이나 필요로 하는 인력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검사 경험이 부족하고 신형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기관이 실제 많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학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질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의 미세수술 전문가 B교수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는 정확한 사용법 숙지를 위해 의료진은 수 차례에 걸쳐 자체 세미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실제 첨단기술이 의료현장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시간적‧인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경영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기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의료기관에서 일어난 디지털헬스케어 도입사례 70%는 당초 목표만큼 효율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1조3000억달러 중 9000억달러의 불필요한 비용이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디지털 헬스케어의 도입 속도를 저해하는 요인은 이 뿐만 아니다. 관련한 수가책정 등 정부규제와 관련한 논의도 산적해 있다.

다만 다년 간 의료기관 경영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의료기관이 집중해야 할 것은 규제가 아니라 조언한다. 

이들이 우선 강조하는 것은 내부 업무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방법을 고민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되면 기존의 업무 방식도 재편해야 한다.

직원들이 최선의 업무 효율을 내기 위해선 이들 역할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업무 정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유지하기 위한 재교육 방안(reskilling)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되기 전 필수적인 과정이다.
 
실제 외국의 유수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이 들어서는 시점에서 업무재편과 재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기업에 대형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미국 IBM은 AI시스템 전문 기업으로 사업을 전화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의료계에서 치료와 진단을 돕는데 사용될 수 있는 왓슨(Watson) 도입 과정을 보면 그렇다.

내부 인력을 기업의 정체성에 맞게 재훈련하고, 또 필요한 역량과 인재를 개발하기 위해 세부적인 직원경험 맵을 설계했다. 왓슨의 성패와는 별개로 서비스 전환을 위해선 내부 역량 확보가 중요한 부분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언급된 설문결과에서 알 수 있듯 국내 의료종사자 절반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에 쏟아지는 첨단기술들을 모두 능숙히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의료경영 전문가들은 또 다시 논의점을 제시한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확산하기 위해선 정부의 정책에도 보다 다양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다.

혁신의료기기 업체에 대한 기술 개발지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의 지원 외에 인력에 주목하라고 이들은 조언한다. 

새로운 기술이 의료현장에서 잘 활용되기 위해선 전문(융합) 인력(사용자)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 인력이 안정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계속해서 의료기관 내부적으로는 업무 표준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한다. 이를 통해 의료서비스 질 관리를 '개인역량 중심'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 및 운영하는 '기술기반 중심'으로의 전환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조언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국내 의료기관의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연세대학교는 의과대학 내에 의료기기산업학과를 신설하고 혁신의료기기 연구 개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어 연세의료원은 최근 인재혁신실을 출범하고 새로운 의료기관 인재 관리 시스템 도입 의지를 보였다. 인재에 대한 교육부터 실무 현장에서의 역량 강화 방안에까지 두루 관심을 두는 모습이다.

디지털 산업계에 밝은 한 전문가는 “병원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란 개념을 막연히 지향하고 있는데, 큰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보다는 실제 얼마나 환자들에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 기기, 시스템이 도입되는 경우 내‧외부 전문가 간 소통이 필수”라며 “프로젝트 핵심이 되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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