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요소수 대란···병원 응급의료 불똥 튀나
구급차 등 필수차량용 3개월분 비축, 의료계 '당장 문제 없지만 대책 수립 필요'
2021.11.11 05: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중국발 요소수 대란이 국내 보건의료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급차 등 대형차량이 대부분 경유(디젤) 차량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구급차 등 필수차량용 요소수를 3개월분 비축하고 있어 당장 운행 중단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7일 기획재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2차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산업용 요소‧요소수 수급현황 및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요소수 장치는 경유차의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데, 2015년 유럽 배출가스 규제 이후 경유차에 요소수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규정돼 있다. 해당 차량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차량 출력이 줄고, 나중에는 시동이 걸리지 않게 된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8일부터 요소와 요소수에 대한 매점매석이 금지된다. 적발 시 물가안정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또 부족한 요소수 물량확보를 위해 해외 직구를 추진한다. 당장 이번주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L를 수입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군 수송기를 동원해 최대한 신속히 요소수를 수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요소수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오전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매점매석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함께 공공부문 여유분을 활용하는 등 국내 수급물량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해외 물량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구급차 등 필수차량에 대한 요소수 수급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소방차‧구급차 등 필수 차량은 대다수가 대형 차량으로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연식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수 차량은 운행에 요소수가 꼭 필요하다. 
 
정부는 7일 발표에서 소방차 및 구급차 등 필수 차량에 사용되는 요소수를 3개월분 비축하고 있어, 당장 운행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요소수 대란 이후 전국 소방서에 요소수 기부 사례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필수차량 운행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실제로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의료계는 일단 이번 요소수 사태가 당장 응급의료체계를 흔들 정도는 아닐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필요하다는 견해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단 구급차 등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필수차량에 대한 비축분이 어느 정도 있고, 또 정부에서도 확보한 요소수 배급의 우선순위를 구급차나 소방차 등에 배정할 공산이 크다. 당장 요소수 문제로 인한 응급의료체계 중단 사태는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요소수 대란 원인이 너무 중국에만 수입을 의존한 데서 비롯된 만큼 향후 필수차량 운행 유지를 위해서도 수입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 국민들은 해외 직구로 미국‧유럽 등에서 공수할 수 있다. 관세 등 규제를 완화한다면 일반 국민 공급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 주도 수입량은 필수차량에 우선 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또 이번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사설 응급차량 운행 관련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설 구급차의 편법 운행 논란이 있는 한, 요소수 대란 상황에서도 사설 구급차에 요소수를 지원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박수현 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구급차 등 필수차량에 대한 요소수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소방차량과 달리 구급차의 경우 119에서 운영하는 차량 외에도 사설 운영 응급차들이 있다. 정부 입장에서 이들에게도 요소수를 배정해야 하는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설 구급차가 비응급 상황에서도 사이렌을 켜고 운행하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물론 사설 구급차가 응급환자를 수송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같은 문제가 이미 알려진 상황에서 사설차량에게도 요소수를 배정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이 기회에 사설 구급차 운행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 유통체계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업체가 직·간접적 피해를 보고 있다. 요소수 수급에 성공해도 물류에 드는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며 “구급차가 물론 우선이지만 의료체계 유지에 의약품 유통차량이 기여하는 요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 큰 폭탄이 터지기 전에 정부가 하루 빨리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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