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의료인 고용 비영리 사무장병원 환수 적법'
의료법 제33조4항 위반 첫 확정 판결, 공단 '1인 1개소 위헌소송 등 영향'
2016.11.28 12:05 댓글쓰기

시·도지사 허가를 받지 않은 비영리법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영리법인의 경우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서는 안 된다는 명문 규정이 없던 터라 향후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근 의사 A씨와 B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대법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원고의 상고를 기각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2월 21일 A씨와 B씨에게 각각 21억9270여만원과 15억3340여만원의 요양급여를 환수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사회복지법인인 C재단에 명의를 대여해 요양급여 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2008년 6월 5일부터 2009년 7월 30일까지, A씨는 2011년 11월10일부터 2013년 8월 31일까지 C재단 대표자 소유 건물에서 노인전문병원을 개설한 후 진료를 했다.

 

두 의사는 건보공단 처분에 이의를 제기했다. 명의를 대여한 적이 없고 자신들이 직접 병원을 운영한 당사자라는 주장이다.

 

또한 설사 C재단에 고용됐다고 하더라도 해당 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사무장병원에서 일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환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병원을 실제 운영한 주체는 두 의사가 아닌 C재단일 뿐만 아니라 해당 법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원고를 포함한 의사 7명이 병원 개설 명의자였는데 서로 대가를 주고받지 않고 병원을 양도·양수했다. 또한 원고는 재단으로부터 매달 500만원 가량을 받고 환자를 진료했을 뿐 병원 재무와 인사를 관리한 것은 C재단 대표자였다”고 밝혔다.

 

더욱이 C재단은 서울특별시장의 허가를 받지 않고 병원을 열어 올해 8월 12일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의료법 제33조 제4항에 따르면 비영리법인이 병원을 개설하려면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재단이 운영하는 사업의 종류에 의료업이 포함되지 않아 병원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관악구청은 2005년 9월 21일 기본 재산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관 변경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재판부는 “비영리법인이 의사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면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위험이 있고,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의미가 없게 될 우려가 있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A씨와 B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 전액 환수한 것은 지나친 처분이라고 호소했지만 2심 판단도 원심과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요양급여 환수처분 취지는 부당하게 지급된 급여를 원상회복코자 하는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전액 징수가 원칙"이라며 "A씨와 B씨가 급여를 부당청구한 기간이 짧지 않고 금액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법한 지나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서 공단은 A씨와 B씨에게 내린 총 37억2610만원의 급여 환수 처분을 유지하게 됐다.  

 

판결과 관련해 김준래 변호사(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은 의료법 33조제4항에 관한 최초의 확정 판결이라는데 의미가 있다"며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도 이번 사건과 같이 의료법 제33조3항, 제4항 위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인1개소 원칙'을 명시한 의료법 제33조 8항의 경우 위법의 무게가 더 크기 때문에 환수 처분은 마땅하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며 "향후 1인 1개소법  사건의 헌법소송과 대법원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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