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잇단 오접종···병원·정부, 대책 마련 분주
빅5 병원 등 자체 프로세스 긴급 확인···방역당국, 이달 9일 전문가회의 소집
2021.09.07 05:36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데일리메디 박대진·박정연 기자] 코로나19 백신 오접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선 병원들이 부랴부랴 내부 점검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 규모가 큰 의료기관에서 연이서 백신 투약사고가 발생한 만큼 대형병원들은 긴장감 속에 백신접종 시스템 점검에 착수했다.
 
최근 정부의 갑작스런 코로나19 백신접종 속도전에 결정적 변곡점이 될 수도 있어 방역당국과 병원들 역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보건당국은 잇단 백신 오접종 사례는 의료기관들의 부주의가 큰 만큼 접종기관에 대한 점검을 강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은 “지자체, 의료계와 정례 소통을 통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향후 위탁의료기관 내 유효기간 도래 백신 보유 현황 등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접종 등 접종 교육과 점검을 지자체별로 실시해 오고 있었으며, 오접종 사안의 경중에 따라 위탁계약 해지 등의 행정적 대응도 함께 이뤄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특별시 역시 자치구와 함께 ‘코로나19 백신관리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점검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형병원들 역시 6일 하루 분주하게 움직였다. 개원가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투약사고가 대학병원, 그것도 상급종합병원에서 터지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접종 초기부터 세분화된 업무에 따라 별도의 원내 가이드라인을 수립했고, 최근 사건들을 계기로 관련 지침의 준수 여부를 확인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접종 권고기한 등 철저히 지키고 있다”며 “초반에 수립한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따르고 있으며, 이번 사태 이후 별도 지침을 수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정부의 백신 접종·보관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 확인에 들어간 상태로, 별도 지침을 강화하지는 않았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역시 6일 오전 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보관 부서를 중심으로 일련의 오접종 가능성 차단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주말에 잇단 사고 소식을 접하고 오늘 출근과 동시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며 “백신관리 상황을 점검하고 시스템 운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부서에 각 백신별 관리 및 보관 방안을 점검토록 지시했다”며 “투약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9일 전문가위원회 개최…백신 관리지침 점검
 
방역당국 역시 다급히 점검에 나섰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이하 예접위)는 오는 9일 백신 오접종 사고에 대한 회의를 갖는다. 지난 8월 2일 16차 회의가 열린지 한 달 만이다.
 
예접위는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관리 계획 등에 대해 심의하는 기구다. 최근 백신 오접종 사고와 관련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는 역할도 이곳에서 한다.
 
지난 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6기 위원은 총 15명이다. 질병청과 식약처 공무원 외 임상의사, 예방접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대학병원 교수는 총 9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2명은 이번에 잘못 보관된 백신을 접종한 고대구로병원 소속이다.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을 고안하는데 의견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예접위는 백신 오접종 사고와 관련한 전반적인 사안을 살필 예정이다. 오접종 환자에 대한 후속조치와 함께 의료기관의 백신 운용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보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질병관리청이 배포한 ‘코로나19 예방접종사업 지침’에서도 백신 관리법에 대한 내용은 포함돼 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지침만이 담겨 있어 대형의료기관처럼 업무분야가 세분화된 기관에서는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직원 모두 방대한 분량의 지침서를 꼼꼼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일각에선 백신 관리법에 대한 ‘핀 포인트’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 밖에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될 전망이다.
 
현재는 각 지자체 별로 교육이 실시되는데, 앞서 질병청은 백신 오접종 사고가 발생한 직후 의료기관 교육과 관련해 지자체 및 의료계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기한이 지난 백신에 대해서는 큰 우려가 없지만 냉장보관 기한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백신에 대해서는 향후 주의 깊게 살펴야 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코로나19 및 모든 백신은 진공상태로 포장되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지나도 원료 자체가 상하진 않는다. 중증 반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국내에서 접종된 다른 백신들에서도 유효기간이 지난 후 접종된 사례가 적잖았는데 치명적인 반응이 보고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의 보관방법 즉, 냉동-냉장 기한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경우는 원료가 변질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질병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평택성모병원에서 냉장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이 총 104명에게 접종됐다.
 
또 인천세종병원에서는 지난 20, 25, 26일 접종자 21명에게 최소 하루∼최대 일주일의 냉장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이 투여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대구로병원에서는 접종권고 기간이 임박했거나 초과한 백신을 140명에게 사용했다. 냉장보관 기한이 최대 7일이 지난 백신도 사용됐다.

박정연·박대진 기자 (mut@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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