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휴일' vs 동네병·의원 '평일'
첫 시행 대체휴일 양극화 확인…개원가 대부분 정상진료
2014.09.10 20:00 댓글쓰기

대체휴일제가 처음 시행된 10일 관공서, 대기업 등을 제외한 민간기업 등은 의무적용이 되지 않은 가운데 대형병원과 동네병원 사이에서도 '휴일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대체휴일제가 시행된 첫 날, 대부분의 대형병원은 휴일을 즐겼으나 동네병원들은 문을 연 곳이 적지 않았다. 휴일 하루를 더 붙이는 것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적었던 셈이다.

 

내과·소청과 등 대부분 문 열고 일부는 진료시간 조정

 

특히 내과, 안과, 성형외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여름 휴가가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아 이어진 명절 연휴라는 점을 감안해 비록 대체휴일제이지만 이날 대부분이 진료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 소재 유명 대형 성형외과의 경우에도 어김없이 정상진료에 나섰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이미 추석 연휴 전 예약환자를 받아놓은 상태"라면서 "성형수술 대부분 회복기간이 필요해 추석연휴와 같은 긴 연휴 때는 원래 환자가 많다. 대부분 추석당일인 8일을 중심으로 하루나 이틀 정도 쉬었다"고 말했다.

 

다만, 환자 수에 따라 진료시간을 조정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이미 예약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 분주한 병원도 더러 있었다.

 

소아청소년과를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오후 6시까지 정상진료했다. 이번 대체공휴일의 양상을 보면, 국가공무원은 대체휴일이 적용되지만 중소기업 등은 해당되지 않는 곳이 더러 있다 보니 개원가가 몰려있는 일부 지역의 제약사까지도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A원장은 "그 정도로 동네병원들이 힘들다는 반증이 아니겠나. 연휴 마지막 날이어서 환자들도 문의 전화를 하거나 미리 확인한 환자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B원장은 "연휴가 워낙 길어 환자들 편의를 위해 문을 열었다"면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환자가 없어 오후 1시까지 진료를 하고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공휴일 가산 '갑론을박'…"없는 것 보단 낫지만 큰 영향 없어"

 

공휴가산을 둘러싸고는 대부분의 개원가가 인지하고 있었으나 진료를 시행함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는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다만, 대체적으로 '긍정적 신호'로 여기는 모양새다.

 

B원장은 "공휴가산에 대해 인지하고는 있지만 그 것 때문에 문을 연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경영이 어렵다 보니 문을 연 곳 중에는 공휴가산이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동네병원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것은 사실이나 공휴가산이 적용된다 해도 환자 증감에 있어서는 체감도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C원장은 "금천구에 소재하고 있는 우리 병원은 이비인후과, 정신건강의학과, 정형외과 등이 밀집돼 있는 지역이지만 미리 회의를 열어 모두 열기로 했었다"며 "동네병원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야될 환자까지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다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C원장은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야될 환자들이 동네병원으로 발길을 옮기지 않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면서 "그나마 대학병원에 가기 전 커버해줄 수 있는 환자들의 경우 동네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신경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D원장도 "환자 수가 절대치에 미치지 못해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면서 "평소 30~40명의 환자가 온다면 첫 대체휴일이 적용될 경우, 10명의 환자는 와야 체감할 수 있을텐데 과연 얼마나 그럴 지"라고 말 끝을 흐렸다. .

 

상황이 이렇다보니 '30% 가산율'과 오히려 공휴가산 제도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D원장은 "공휴가산은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는 의원급을 살리기 위해서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30% 가산율은 일선 진료현장을 들여다본다면 아직도 부족하다. 부디 '생색내기' 정책으로 점철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반과를 운영하고 있는 E원장은 언짢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공휴가산에 대해 미리 알고는 있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서 진료한 것은 아니다"면서 "가산율 역시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불쾌하다"고 성토했다.

 

E원장은 "대체휴일이란 것이 공무원들이 쉬는 날이 아니냐. 우리에게는 약간의 ‘웃돈’을 얹어주고 일하라는 것 같다"며 "마치 공무원들의 발상이 의사에게 가산금을 던져주면 일을 더 시킬 수 있다고 오해할까 두렵다"고 표현했다.

 

"평일인데 왜 돈 더 내나" 때 아닌 실랑이

 

그 가운데 공휴가산으로 인해 환자들의 부담이 일부 늘어나면서 노인 환자들이 많이 내원하는 진료과의 경우에는 때 아닌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과를 운영하는 F원장은 "공휴가산으로 환자들이 부담하는 진료비가 늘자 ‘왜 이렇게 되느냐’며 따지는 환자들이 있었다"며 "특히 노인 환자들의 경우에는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납득하지 않아 간호사들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F원장은 "동네병원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공휴가산 때문에 문을 연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문을 연 것이 되레 환자들에게 불평이나 듣는 모양으로 호도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G정형외과 병원 관계자도 "공휴가산제가 어느 정도 경영에 도움을 주겠지만 그만큼 환자들의 불만, 불평을 들어야하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실제 부담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젊은 환자는 대체휴일 등에 대한 이해가 높지만 노인 환자의 경우, 평소 내던 돈보다 많이 내야하는 이유가 뭐냐며 따져 묻는다"고 말했다.


민정혜·정숙경 기자 (jsk6931@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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