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트라민 퇴출 이후 비만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약제가 많지 않아 진료 현장에서의 고충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비만치료제로 3개월 이상 승인 받은 약제는 올리스타트이며, 3개월의 단기보조제로는 펜터민 등이 있다.
특히 3개월 이상 사용이 가능한 비만 치료 약제로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시부트라민이 국내에서도 승인, 환자들에게 처방돼 왔으나 2010년 일부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 판매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임상에서는 비만 치료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는 목소리가 번져 나오고 있다.
동국의대 오상우 교수는 19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개최한 제3회 학술포럼에서 “비만 약물의 역사가 상당히 좋지 않다”면서 “시부트라민을 비롯 비만 치료를 할 수 있는 무기들이 많이 사라져 임상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사라진 시부트라민뿐만 아니라 올리스타트의 경우도 국내에선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올리스타트는 아직까지 시장에서 부작용을 이유로 철수되진 않았으나 간독성과 신독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한국인의 지방섭취가 낮은 까닭에 비만약으로서의 사용 빈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과거 잇따라 비만 약물이 퇴출되면서 급속도로 경계심이 커졌고 안전성에 대한 규제와 조정이 특히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인하의대 김용성 교수는 “1999년 FDA에서 비만치료제 두 가지를 승인한 이후 다양한 약제가 개발되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엄격해지는 기준에 따라 최종 승인을 획득한 약제는 지금껏 없었다”며 “비만 약제의 개발과 승인은 타 약제와 비교했을 때 더 엄격해 제약사의 개발 의지가 약해진 것도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에서는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2개의 약제가 승인을 받았다. 로카세린과 펜터민/토피라메이트 복합제인 큐시미아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2012년에는 이 두 약제가 승인을 받아 비만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비만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도 이번에 승인된 신약으로 희망을 봤지만 새롭고 효과적이며 안전한 비만치료제 개발에 대한 어려움은 여전하다는 의견이다.
한올바이오파마 최성준 총괄 부사장은 “두 가지 신약이 미국에서 쓸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장기간 유효성과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이다. 5~10년 뒤 이 약들이 한 순간에 날아갈 수 있는 리스크가 항상 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비만 약제 개발은 성공 아니면 쪽박 둘 중 하나다. 이에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고 있어 혁신적인 신약이 나오기 쉽지 않다. 굉장한 모험”이라면서 “의료계, 학계, 산업계 및 정부의 노력 없인 불가능하며 국제적인 공조도 필요하다. 신약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드는 것을 감안해 국가 시책의 전환이 있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