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에 병원계가 우려와 함께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
통상적으로 특수법인 전환은 정부의 강력한 영향력 행사를 의미하는 만큼 평가인증 의무화의 단초가 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시발은 지난 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기인한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특수법인 전환이다.
민법상 비영리법인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법적 설립 근거를 마련해 국내 의료서비스 상향 평준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라고 윤 의원은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병원들은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이번 개정안을 바라보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인증원 특수법인 전환에 따른 인증 의무화 가능성이다.
인증원의 태생 배경이 의료기관들의 자율인증 유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수법인화 될 경우 강제인증, 의무인증이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다.
실제 인증원 출범 이후 의무인증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상급종합병원과 전문병원, 수련병원 지정조건에 포함됐고,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아예 전면 의무인증이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아직 국내 병원들의 인증 참여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무인증 범위 확대에도 불구하고 아직 절반 이상의 병원들이 인증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인증 대상기관은 3985개 병원으로, 이 중 48.4%인 1929곳이 인증에 참여했다. 이 마저도 의무인증 기관들이 대부분이다.
1929개 기관 중 요양병원이 1451개, 정신병원이 122개 등 총 1409개가 법적 의무인증 기관들이다. 비율로는 무려 73%를 차지한다.
나머지 478곳도 자격기준에 인증이 포함돼 있는 상급종합병원과 전문병원 및 수련병원 등이다. 사실상 자율인증은 미미한 수준인 실정이다.
때문에 인증원 입장에서는 일선 의료기관들의 참여율 제고가 숙원이 된지 오래다. 특수법인화 전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게 병원계의 분석이다.
실제 해당 의료법 개정안에는 의료기관 인증대상을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한편 기관을 넘어 진료 분야별 인증을 도입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병원계 한 인사는 “인증원의 특수법인화는 강제인증의 수순밟기”라며 “자율인증을 전제로 설립된 인증원이 정부의 비호를 업고 강제인증으로 회귀하려 한다”고 힐난했다.
인증원 특수법인화에 따른 보건복지부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수법인은 정부의 예산 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가 확보되는 만큼 인사나 규정 등 인증원 운영에 관해 정부의 입김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건정책 분야 한 대학교수는 “인증원의 특수법인화는 절대 가서는 안되는 길”이라며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사실상 인증원을 쥐락펴락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소재 중소병원 원장은 “만약 특수법인이 될 경우 인증원은 복지부의 시녀가 될 것”이라며 “인증에 대한 일선 병원들의 반감만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인증제도 활성화와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특수법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원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원장은 “법적 바탕 아래 인증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오히려 인증원의 독립성과 업무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무인증 확대 우려와 관련해서는 “자율인증이 옳고 의무인증이 그르다는 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지양해야 한다”며 “의료질 향상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효율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복지부 영향력 강화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며 “특수법인화가 실현되면 오히려 휘둘리지 않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