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한양대학교구리병원이 금년 초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으로부터 5000만원 조정을 받았으나 거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재 자체를 거부, 그 배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신 한양대구리병원은 환자 진료 절차나 치료 과정에서 특별한 잘못이 없기 때문에 법원 판결에 따라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기조다.
현재 병원이 중재원의 조정안이나 중재 참여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송과정에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 등이 가중되므로 자동조정개시요건 확대를 포함한 중재원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27일 한양대구리병원에 따르면 A환자는 지난해 7월 허벅지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드릴 끝 부분이 부러져 체내에 조각이 남게 됐다.
A환자 측은 한양대구리병원이 드릴 조각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치를 취하거나 해당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 나아가 중재원의 조정참여를 거부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양대구리병원이 중재원의 ‘조정안’을 거절한 데 이어 ‘중재’까지 거부함에 따라 환자들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한양대구리병원은 ‘마약성진통제 과다투여’ 등을 이유로 ‘5000만원’ 조정결정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한 채 환자 유가족 측과 법정싸움을 진행 중에 있다.
물론 중재원이 내놓는 조정안을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정싸움이 길어질 경우 환자 측 부담은 커진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회장은 “일반적으로 1심부터 대법원까지 약 930만원에 성과에 따라 변호사에게 지불해야 할 액수도 달라지는데, 만약 패소라도 하게 되면 10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며 “중재원 조정을 통해 민사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자동조정개시요건 확대 등 중재원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 회장은 “신해철法이 시행되고 2년이라는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관련 통계가 쌓인 만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며 “자동조정개시요건 확대 등을 포함해 중재원의 역할을 제고할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양대구리병원은 입장이 확고한 상태다.
일련의 중재 거부에 대해 병원은 “환자 진료과정에 과실이 없었기 때문에 중재원 중재 절차를 거부한 것”이라며 “이런 판단 하에 환자 이의제기가 지속돼 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고 답했다.
이어 앞선 조정 거부도 “법원의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올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의료기관의 조정참여를 거부하는 사례에 대한 비판이 다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재원에 접수된 조정 중재 신청건수는 총 5768건으로, 이중 44%인 2560건은 의료기관이 조정 중재 자체를 거부했다”며 “의료기관이 조정을 거부할 경우 명확한 사유를 밝혀야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의료기관의 연속적인 조정 절차 불참에 적절한 조치를 못하고 있다는 것은 중재원이 제대로 된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