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정부가 경남 양산 산부인과 의료사고 청원과 관련해서 향후 중대 의료사고에 대한 보고 의무화 방침을 밝히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불가항력 의료사고 분담금의 국가 전액 부담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 의료사고 보고 의무화를 논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17일 경남 양산 산부인과 의료사고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답변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 9월 청원인의 아내가 경남 양산의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하는 중 의료사고를 당해 뇌사상태가 의식을 잃었고 상급병원으로 전원했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내용이다.
청원인에 따르면,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도 출생했지만 출생 이틀 만에 사망했다.
이에 박능후 장관은 “환자입장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그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문제가 있다”며 “현재 환자안전법이 있지만 의료사고에 대해 보고하는 것은 의무가 아닌 권장사항이다.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을 알고 있고 이에 따라 중대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보고의무를 부과하자는 환자안전법 개정이 추진 중이나 국회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장관은 “의료기관에 중대한 의료사고 보고를 의무화하고 제재 방안을 마련한다면 체계적 환자안전관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장관 말대로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등의 발의로 중대한 환자안전 사고에 대한 의무보고를 규정한 환자안전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개정안은 ‘중대한 의료사고’를 규정하고 일정 규모급 이상의 병원에서 이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문제는 ‘중대한 의료사고’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는 데 있다. 의료계는 모호한 개념으로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중대 의료사고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해 의료기관 내 행정력 소모 및 혼란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며 “여기에 사고를 감추거나 방어진료를 하는 등 역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중대 의료사고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단순 결과를 근거로 보고의무 부여 시 의료진의 과실과 관계없이 무분별한 법적 분쟁을 야기하거나 의료진과 환자 간 갈등이 조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고 발생의 당사자인 산부인과에서는 단순히 중대 의료사고 보고의무화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분담금의 국가 전액 부담 없이 보고 의무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국가가 모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고 나서야 보고를 의무화해 한다”며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에게 과실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보고로 의료사고를 해결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고만 의무화하는 것이 아닌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