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후배들 만난 의사 출신 송한섭 검사
서울대병원 인턴 후 사시 합격… '가슴 뛰는 일을 하라'
2015.10.11 20:00 댓글쓰기

 

 

10년 전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의사가 아닌 ‘검사’의 길을 가고 있다. 몇년 전, 징역형을 받은 살인범이 20년간 식물인간 행세를 하며 형 집행정지를 받아온 황당한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로 대구지방검찰청 송한섭 검사(특수부)의 이야기다. 의료계와 법조계를 몸소 경험해본 그가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회 젊은의사포럼에서 의대 후배들을 만났다.

 

송한섭 검사는 2004년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해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을 했다.

 

그는 “인턴시절 방황기를 보내면서 사법고시를 생각하게 됐다”며 “대학시절 미래를 설계하며 그리는 인생곡선에 사시를 써넣었다”고 고백했다.

 

송 검사는 “이과의 꽃은 의학이고 문과의 꽃은 법학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런데 의사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힘을 발휘하는 오피니언리더(opinion leader)가 되는 것이 사실 어렵다. 반면 법조계는 우리사회의 오피니언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5년 2월 3공수 특전여단 군의관으로 입대했다. 당시 신체검사 4급 판정을 받은 송 검사는 공보의가 됐어야 했지만 그 해 군의관 수가 부족해 군의관으로 차출됐다.

 

하지만 군 생활 중 어깨탈골 등 부상으로 결국 조기제대를 하게 돼 예상보다 일찍 시험 준비를 할수 있었고 이후 2007년 10월 제49회 사법고시를 합격했다.

 

처음에는 법도 의대생처럼 공부했다는 송 검사. 그는 “의대는 무조건 외우지 않느냐. 사시 준비를 하면서 조언을 구할만한 법대 친구도 없었다. 법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민법집을 사서 무작정 외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턴 앞둔 시점서 조언한다면 완벽한 을(乙)이 될 수 있어야"

 

‘의사 출신 검사’로서 갖는 장점도 많다. 송 검사에 따르면 의사면허를 취득한 판사는 2명, 검사는 5명이다.

 

그는 “특히 의학적 지식과 의료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한 의료사고와 사무장병원, 보험사기, 리베이트수사, 각종 의료법 위반에 관한 수사에서는 다른 검사들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의료적 지식이 하나도 필요없는 영역도 있는데, 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의료 관련 사건을 더 많이 맡게 되는 한계도 있다”고 덧붙였다.

 

검사로서의 삶은 어떨까.

 

송한섭 검사는 “재미있게 하고 있다. 물론 검사 6년차인 지금 힘들 때도 있다. 솔직히 레지던트를 마치고 의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많다. 하지만 사랑에 처음 빠질 때의 감정처럼, 처음 일하면서 느꼈던 열정과 그때의 떨림 덕분에 버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가 가슴 뛰는 일을 해야 한다. 의대공부를 하다가 '내가 이 공부를 왜 하고 있나'하는 회의감이 들고 법조계가 자신에게 더 신나고 가슴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도전해볼 만 하다”면서 “다만 막연한 환상이나 동경, 돈과 명예만을 생각해 법조계를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 검사는 “인턴을 앞두고 있는 여러분에게 한마디 하자면 바로 완벽한 을(乙)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 10년차가 되면서 느낀 것이기도 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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